앞범퍼 수리비 203만원인데 렌트비 756만원…'보험 양심'도 긁혔다

상반기 사고 4.3% 줄었는데 보험금 0.6%↑…보험료 인상 압력

사진은 칠곡군 동명동호 나들목~다부터널 구간에서 7㎞ 이상 극심한 정체를 빚고있다. 2026.9.13 ⓒ 뉴스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A씨는 주차 중이던 B씨의 BMW 차량을 추돌해 앞범퍼에 경미한 손상을 입혔다. 도장 작업만 필요한 비교적 간단한 수리였지만 B씨는 약관상 한도인 25일간 렌터카를 이용했다. 수리비는 202만 9870원이었지만 렌트비는 756만 4430원으로 수리비의 약 3.7배에 달했다. 결국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면서 A씨의 자동차보험료 부담도 커졌다.

자동차 사고는 줄었는데 보험사가 지급하는 대물 보험금은 오히려 늘고 있다. 과잉수리와 불필요한 부품 교체, 과도한 렌터카 이용 등으로 보험금이 줄줄 새면서 자동차보험 적자와 보험료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1848억 원 적자로 전년 동기 302억 원 흑자보다 2150억 원 감소하며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상반기 전체 사고건수는 174만 5000건으로 전년 동기 182만 7000건보다 4.5% 감소했지만, 인적보상 원가와 자동차 정비공임 상승 등 구조적인 비용 증가로 손해율은 오히려 악화했다.

문제는 통상 하반기 손해율이 상반기보다 높아진다는 점이다. 태풍과 한파,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최근 3년간 하반기 누적 손해율은 상반기보다 평균 3.6%포인트(p) 높았다.

지난해도 상반기 흑자에서 연간 7080억 원 적자로 돌아선 만큼, 올해 하반기 손해율이 추가로 상승하면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보험 지급보험금은 크게 대인·대물담보로 나뉜다. 대인은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대물은 차량·재산 피해에 따른 수리비와 부품비, 렌트비 등을 보상한다. 통상 자동차보험금의 60% 이상이 대물담보에서 발생한다.

자동차보험 대물담보는 사고 접수건수보다 지급보험금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대물담보 지급보험금은 3조 88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고 접수건수는 293만 6000건으로 4.3%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증가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대물담보 지급보험금은 8조 53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2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물담보 사고 접수건수는 639만 7000건으로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 사고는 소비자가 직접 수리 과정에 참여하기보다 보험사가 정비·부품·렌터카 업체와 보상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수리비나 렌트비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일부 업체의 과잉·허위 청구나 보험사의 미흡한 손해사정으로 과다한 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업계는 대물담보 지급보험금이 급증한 원인으로 일부 정비업체의 수리비 과잉청구와 부품비 누수, 렌터카 업체의 과도한 영업 등을 꼽는다.

특히 수리비·부품비·렌트비 허위·과잉 청구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제재가 미흡해 "일단 비싸게 청구하고 보자"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리비 누수의 대표적인 유형은 사고와 무관한 부위까지 수리하거나 판금 등 작업시간을 부풀려 청구하는 방식이다. 복원수리가 가능한 경미한 손상에도 부품을 교체하는 관행도 보험금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렌터카 이용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렌터카 업체가 피해자에게 렌터카 이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비용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결국 허위·과잉 수리와 불필요한 부품 교체·렌터카 이용으로 지급보험금이 늘어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보험료 인상을 통해 전체 가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잉수리와 불필요한 부품 교체, 과도한 렌트비 등으로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면 보험료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들도 상품 개발이나 할인특약 확대에 소극적이 돼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