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 이어 라이프플래닛도 역사 속으로…카카오페이손보, '수익성 벽' 넘을까
교보생명, 라이프플래닛 합병 결정…"디지털 보험사 규제 완화 필요"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을 흡수합병한 데 이어 교보생명도 라이프플래닛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수익성 확보에 고전하며 모회자에 흡수합병 되고 있는 가운데 외형 성장에 성공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이사회는 라이프플래닛의 기존 사업과 인력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교보생명은 라이프플래닛을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기보다 보험사업 기반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 자본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합병 이후에는 '라이프플래닛사업부'(가칭)를 신설해 브랜드도 유지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인터넷 생명보험사로 출범한 라이프플래닛은 보험 가입부터 계약 유지, 보험금 청구까지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보험 모델을 내세웠다. 하지만 출범 이후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는 2200억 원에 달했다.
교보생명도 지속적인 자금 수혈에 나섰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라이프플래닛에 투입한 자금은 약 3690억 원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에도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비대면 보험시장 개척과 젊은 고객층 확보, 디지털 플랫폼 구축 등에서는 성과를 냈다.
디지털 보험사의 수익성 고민은 라이프플래닛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19년 출범한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은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출범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채 지난해 10월 한화손보에 흡수합병됐다.
현재 캐롯은 한화손보의 디지털 브랜드로 운영 중이다. 캐롯을 품은 한화손보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6.1%로 대형 4개 손보사에 이어 업계 5위를 차지했다. 캐롯의 자동차보험 실적이 더해지면서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63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4% 급증했다.
현재 남아 있는 디지털 보험사 역시 수익성 확보가 과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신한EZ손해보험도 있지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2022년 10월 출범한 카카오페이손보는 국내 월간 이용자 4900만 명대의 카카오톡과 누적 가입자 43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페이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대규모 보상 인프라 구축과 손해율 관리 부담이 큰 자동차보험 대신 여행자보험과 휴대폰보험 등 생활밀착형 상품에 집중했고, 특히 해외여행보험은 누적 가입자 6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단기·소액 상품에서 매달 보험료가 들어오는 장기·월납형 상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영유아·초중학생보험과 건강보험에 이어 올해 3월 펫보험을 출시하며 안정적인 보험료 수입 기반 확보에 나섰다.
다만 외형 성장에도 출범 이후 누적 결손금이 올해 상반기 기준 1887억 원에 달하는 등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비대면·온라인 중심의 영업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자본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해 왔다.
단기·소액·저축성보험 중심의 상품 구조로는 미래 수익 기반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K-ICS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보험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려면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은 전통적으로 설계사가 소비자의 보장 필요성을 환기해 가입을 이끌어내는 영업 방식에 의존해 왔다. 반면 디지털 보험은 소비자가 일상에서 필요를 느끼는 순간 스스로 찾아 손쉽게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연령·직업·생활패턴 등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를 발굴해 필요한 순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과 한화손보의 디지털 보험사 합병을 단순한 사업 실패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AI 전환으로 디지털 채널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상품 구조부터 가입 과정까지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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