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의 꿈' 라이프플래닛 13년 만에 마침표…교보생명 품으로

3690억 수혈에도 적자 늪…누적 적자 2200억원
IFRS17·K-ICS에 막힌 '1호 디지털 생보사'…'라이프플래닛' 브랜드는 유지

교보생명 서울 광화문 본사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디지털 보험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설립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출범 13년 만에 모회사인 교보생명에 흡수합병된다.

교보생명이 약 3690억 원을 투입하며 성장을 지원했지만, 출범 이후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첫 디지털 생보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교보생명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라이프플래닛의 기존 사업과 인력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라이프플래닛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통합에 대해 "교보의 보험사업 기반과 라이프플래닛이 10여 년간 축적한 디지털 역량을 결합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AI 등 신기술 발전으로 생명보험사의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라이프플래닛을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기보다 그룹 내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자본 효율성과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라이프플래닛의 디지털 역량을 상품개발과 마케팅, 고객관리, 영업채널 등 보험사업 전반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립사업부인 '라이프플래닛사업부'(가칭)를 신설하고 라이프플래닛 브랜드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인터넷 생명보험사로 출범한 라이프플래닛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디지털 보험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설립한 회사다.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보험 가입부터 계약 유지, 보험금 청구까지 비대면으로 이용하는 디지털 보험 모델을 내세웠다. 출범 당시 신 회장은 4~5년 내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프플래닛의 성장은 신 회장의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이어가며 단 한 차례도 연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고, 교보생명은 지속적으로 자금을 수혈해야 했다.

교보생명은 라이프플래닛 설립 당시 일본 인터넷 생보사 라이프넷과 합작해 238억 4000만 원을 출자하고 지분 74.5%를 확보했다. 이후 2018년 라이프넷이 보유한 지분 25.5%(163만 2000주)를 81억 6000만 원에 전량 인수해 라이프플래닛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에도 자금 수혈은 이어졌다. 교보생명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총 3370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설립 당시 출자금과 라이프넷 지분분 인수금, 유상증자를 합하면 라이프플래닛에 투입한 자금은 약 3690억 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라이프플래닛의 고객은 23만여 명, 총자산은 5273억 원이다. 올해 상반기 보험수익은 91억 원,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162.97%다. 다만, 라이프플래닛의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적자는 2200억 원 수준이다.

라이프플래닛은 수익성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내 첫 인터넷 생보사로서 디지털 보험 분야에서 성과도 남겼다.

우선 암보험과 저축보험 등을 앞세워 전통적인 대면채널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20~40대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또 13년간 축적한 디지털 기술을 해외에 판매하는 단계까지 사업 영역도 넓혔다. 디지털 보험 마케팅 플랫폼 '라플레이'는 현재 회원 약 35만 명을 확보했으며, 라이프플래닛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첫 해외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현재 복수 국가의 보험사를 대상으로 추가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이번 합병 결정에는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보험산업의 규제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교보생명은 디지털 생보사의 주력 상품인 단기·소액·저축성보험만으로는 미래 수익 기반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K-ICS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라이프플래닛을 비롯한 디지털 보험사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자본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비대면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디지털 보험사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도 디지털 보험사의 어려움과 규제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다른 보험사와의 규제 형평성 등을 고려해 완화 여부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규제 환경이 바뀐 이후 이사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고객보장 실천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논의했으며 최종적으로 흡수합병을 결정했다"라며 "통합 과정에서도 기존 고객의 계약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고객보장의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