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퇴짜맞던 KDB생명 '반전'…1조 수혈에 새 주인 찾기 눈앞
여섯 차례 매각 실패 끝 우협 선정…한국투자금융 보험업 진출 '눈앞'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산업은행이 지난 2014년부터 여섯 차례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이 12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만성적인 재무건전성 문제가 번번이 매각의 발목을 잡았지만 산업은행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시장의 평가가 달라졌다.
다만 매각이 성사된다고 해서 KDB생명의 정상화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경과조치를 제외한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여전히 금융당국 권고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내년 기본자본 규제 도입까지 앞두고 있어 새 주인 역시 상당한 규모의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전날 한국투자금융지주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진행된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을 비롯해 흥국생명과 한화생명 등 3개사가 참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과 흥국생명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장기 미매각 매물로 꼽혀왔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2014년부터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성사 기대가 높아졌지만 결국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을 정상화하는 데 막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올해도 3000억~5000억 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하는 자금은 최대 1조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의 대규모 자본확충을 계기로 원매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 6월 실시한 예비입찰에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를 비롯해 흥국생명과 한국투자금융까지 총 5곳이 참여했다. 여섯 차례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던 KDB생명이 단숨에 보험업계의 관심 매물로 떠오른 것이다.
KDB생명 자체의 영업 기반도 원매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올해 1분기 말 KDB생명의 총자산은 16조5576억원, 계약서비스마진(CSM)은 8485억원이다. 1분기 순이익은 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전속설계사 조직과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갖추고 있고 상품 라인업과 자산운용 체계도 구축돼 있다. 새로 보험사를 설립해 영업망과 상품·운용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과 비교하면 기존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특히 보험 계열사가 없는 한국투자금융 입장에서는 KDB생명을 통해 단숨에 보험업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지난해부터 KDB생명을 비롯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롯데손해보험, 예별손해보험 등 다양한 보험사 매물을 검토해 왔다.
한국투자금융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도 생명·손해보험사를 포함한 다양한 매물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급적 연내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DB생명 인수에 성공하면 증권·저축은행·캐피탈에 보험까지 더해 종합금융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관건은 여전히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이다.
올해 1분기 말 KDB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186.1%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웃돈다. 하지만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킥스비율은 74.5%에 그친다.
자본의 질을 보여주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마이너스(-) 25.2%이며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도 3311억원 적자다.
내년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까지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비율 50%를 요구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1조원 안팎의 자본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은행이 올해 추가로 3000억~5000억 원을 증자하더라도 새 주인이 된 한국투자금융이 인수대금과 별개로 상당한 규모의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매각은 KDB생명 입장에서는 12년간 이어진 '새 주인 찾기'의 끝이면서 동시에 재무구조 정상화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대규모 자본수혈로 매각 가능성을 높인 만큼, 향후 한국투자금융이 얼마만큼 추가 자본을 투입해 KDB생명의 건전성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느냐가 다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만큼 KDB생명 인수에 총력을 다할 것이며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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