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바꾼 보험…'기후보험' 사회안전망 뜬다

제주 '폭염 휴업보험'·경기 '기후보험' 잇따라 도입
일용직·배달기사·소상공인 보호 확대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전북 전주시 효자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8.5 ⓒ 뉴스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후보험'이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농작물 피해 보상에 머물던 기후보험이 이제는 건설 일용직 근로자와 배달플랫폼 종사자, 소상공인 등 기후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하는 역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상청은 7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에도 수도권과 일부 전남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고, 전국 235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가운데 226곳(96.1%)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지자체와 보험업계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제주도의 '폭염 휴업보험'이다. 제주도는 이달부터 건설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폭염으로 작업을 중단할 경우 소득 감소를 보전해주는 보험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이 보험은 오후 1시 이전 폭염경보가 발령돼 공사가 전면 중단되면 실제 작업 중단 시간에 따라 최대 4시간의 소득 상실분 일부를 보장한다. 시간당 보장액은 약 1만7000원이다.

특히 실제 손해를 일일이 입증하지 않아도 기상청의 폭염경보 등 객관적인 기상지표만 충족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 방식을 적용했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기후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며, 온열질환이나 한랭질환 진단 시 각각 15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일부 감염병 진단비도 보장 대상이다.

지자체들이 기후보험 도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폭염과 한파, 폭우 등 기후재난이 반복되면서 건설 일용직 근로자와 배달플랫폼 종사자, 소상공인, 고령층 등 기후취약계층을 보호할 사회안전망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보험사들도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동양생명은 보험료 100원으로 폭염과 한파에 따른 질환을 보장하는 '(무)우리WON하는mini기후질환보장보험'을 출시했다. 열사병·일사병·열탈진 등 온열질환이나 동상·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을 진단받으면 10만 원의 진단비를 지급한다.

KB손해보험은 전통시장 상인을 위한 'KB 전통시장 날씨피해 보상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최고·최저기온과 강수량 등 기상지수가 일정 기준을 넘거나 밑돌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업계 최초의 지수형 날씨보험이다. 계약자는 전통시장 상인회나 지방자치단체다.

국내 기후보험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농업을 넘어 상업용 건물과 물류, 재생에너지 분야까지 지수형 보험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은 지진 리스크를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이 활성화돼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지수형 보험 허브를 목표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이 아직 지자체와 협업하거나 단체보험 중심으로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기후 리스크 관련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지자체 사업 등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 뒤 농업과 건설, 물류는 물론 일상생활 전반으로 기후보험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면서 폭염과 한파는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되고 있다"며 "건설 일용직 근로자나 배달플랫폼 종사자, 폭염에 매출이 급감하는 소상공인 등 기후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차원의 기후보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