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룡'이 된 GA…이제는 성장보다 '신뢰' 증명할 때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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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성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 30년간 보험시장을 키운 원동력은 '설계사 영입'이었다. 더 많은 설계사를 확보하고, 더 큰 조직을 만드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시대는 저물고 있다.

GA는 외환위기(IMF)라는 거대한 구조 변화 속에서 태어났다. 보험사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임직원과 설계사들이 독립해 법인보험대리점을 세우면서 새로운 판매채널이 형성됐다. 특정 보험사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판매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고, 보험산업의 경쟁도 촉진했다. 이후 30년 동안 GA는 보험 판매의 주류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GA 설계사는 32만 명에 육박하며 전체 대면채널 설계사의 약 45%를 차지한다.

하지만 성장의 방식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이달부터 GA에도 '1200%룰'이 적용됐고, 내년부터는 판매수수료 4년 분급 제도가 시행된다. 초기 거액의 '수수료'를 앞세운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은 이전처럼 쉽지 않다. 설계사 이동이 줄어들면 사람을 데려오는 것만으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수수료 제도 개편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GA의 성장 공식을 바꾸는 구조적 변화다.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설계사를 영입했느냐보다 얼마나 좋은 설계사를 육성하고 오래 함께하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신입 설계사 교육과 정착률, 계약 유지율, 생산성이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보험사들도 전속채널 경쟁력을 강화하며 GA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과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를 도입하며 판매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GA도 이제 판매 실적뿐 아니라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수준까지 평가받는 시대를 맞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GA업계는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GA에 금융회사 수준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이미 보험 판매의 중심축으로 성장한 만큼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금융회사라는 이름은 규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회사는 상품을 많이 파는 조직이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책임을 지는 조직이다.

GA는 그동안 외형 성장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와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 낮은 계약 유지율 등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가 시장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가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는 판매 문화를 증명해야 한다. 완전판매와 유지율 개선, 내부통제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지난 30년은 GA가 몸집을 키운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30년은 신뢰를 키우는 시간이 돼야 한다. 몸집은 이미 충분히 커졌다. 이제 GA가 시장에 증명해야 할 것은 규모가 아니라 신뢰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