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권' 외치던 의료계, 관리급여 시행되자 도수치료 중단…환자들 '혼란'

일부 병원 운동·약물·주사치료로 전환…보험업계 "풍선효과 우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2024.11.5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정부가 이달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편입하면서 일부 정형외과는 물론 대학병원까지 도수치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정부의 가격 통제와 횟수 제한이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해 왔지만, 정작 제도 시행 이후에는 운영 부담 등을 이유로 진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기존 비급여 항목이었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병·의원마다 제각각이던 도수치료 비용은 30분 기준 4만3850원으로 통일됐다.

관리급여는 환자가 진료비의 95%, 건강보험이 5%를 부담하는 구조다. 환자는 1회 치료당 4만1657원을 부담하고 건강보험이 2193원을 지원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상품에 따라 본인부담금 일부를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치료 횟수도 제한된다. 관리급여는 원칙적으로 주 2회, 연간 15회까지만 적용된다. 다만 수술이나 골절 후 관절 구축·강직이 뚜렷한 경우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올해는 제도 시행일인 7월 1일부터 연말까지 최대 15회가 적용된다.

도수치료를 받기 위한 기준도 강화됐다. 기본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를 최소 2주 이상, 4회 이상 시행했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에만 관리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또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처방도 받아야 한다.

복지부는 실손보험과 연계된 과잉 비급여 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 관리급여를 도입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 평균 이용 횟수는 연간 12회였고, 이용자의 약 95%가 연 15회 이하, 약 98%가 연 24회 이하를 이용한 점 등을 고려해 기준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관리급여 시행과 동시에 일부 의료기관은 도수치료를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의료기관들은 관리급여 수가와 횟수 제한으로는 현재의 운영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불편은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도수치료를 받아오던 환자들은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는 한방병원의 추나요법 등 대체 치료를 알아보고 있으며, 입원환자들은 치료 계획이 갑자기 변경되면서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입원 중인데 갑자기 도수치료가 중단됐다", "치료를 이어갈 병원을 찾고 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계의 기존 주장과 현재 모습이 다소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의료계는 정부가 도수치료 가격과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의료인의 전문적인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관리급여 시행 이후 일부 의료기관이 운영 부담 등을 이유로 도수치료를 중단하면서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치료 공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는 관리급여 도입 과정에서 진료권 침해를 우려했지만, 제도 시행 직후 일부 의료기관이 도수치료를 중단하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제도가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수치료가 줄어드는 대신 운동치료나 주사치료 등 다른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병원은 도수치료 대신 운동치료와 약물치료 중심으로 진료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새로운 비급여 치료가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도수치료가 줄더라도 다른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면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환자 치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과잉 비급여를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