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만 긁혔는데 치료비 1690만원"…과잉진료 막을 '8주룰' 도입 지연
경상환자 90% 8주내 치료 완료…5%, 치료기간 11주 초과
한의계 반대로 시행 지연…작년 전체 손보사 적자 7000억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 지난 2023년 5월 스파크 운전자 A씨는 신호 대기 중 콘솔박스에서 물건을 꺼내다 브레이크에서 발이 살짝 떨어지면서 앞에 있던 K7 차량과 접촉하는 사고를 냈다. K7 차량 뒤범퍼에 가벼운 흠집이 남았고 차량 수리비는 46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K7 운전자 B씨는 기존 목디스크 증상이 악화됐다며 대인 치료를 요구했다. 이후 B씨는 약 3년간 504차례 통원 치료를 받았고, 보험사는 진료비로 총 1690만 원을 지급했다.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관리하기 위한 '8주룰' 도입이 미뤄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경상환자 수는 122만 3218명이다. 이 중 88.6%인 108만 4227명은 사고 후 8주 이내에 치료를 마쳤다.
반면 전체 경상환자의 11.4%인 13만 8991명은 8주 이상 치료를 받았다. 특히 전체 경상환자의 5.7%인 7만 309명은 치료기간이 11주를 초과했고, 이들 중 87.5%는 한방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기준 한방치료 이용 경상환자의 평균 치료일수는 10.6일로, 양방치료 평균인 5.6일보다 약 2배 길었다.
경상환자는 자동차사고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환자로, 염좌나 타박상 수준의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작성 지침은 염좌 치료 기간을 통상 4주로 보고 있으며, 산재보험 기준에서도 염좌는 최대 6주 이내의 요양 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설문조사에서도 경상환자의 적정 치료 기간을 8주를 꼽은 응답이 96%에 달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를 관리하기 위해 이른바 '8주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8주룰은 자동차사고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와 치료 필요성 입증 자료를 제출하고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자동차보험을 악용한 부정수급과 보험사기, 과도한 합의금 지급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국민의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사고 피해자에 대한 적정 보상을 지원하기 위해 8주룰을 포함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8주룰은 올해 초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되면서 하반기로 미뤄졌다. 현재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마쳤으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와 일부 소비자단체의 반대로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한의사협회는 8주룰이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통사고 후 통증과 후유증은 개인별 차이가 큰 만큼 일률적인 기준으로 치료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치료 필요성은 의료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의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8주룰 시행을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시행 시점을 공표하고, 금융당국도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 등 후속 절차를 마쳐야 한다.
경상환자의 장기 입·통원 치료와 부품·수리·렌트 영역의 과잉 청구로 보험금 누수가 이어지면서 자동차보험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손보업계는 8주룰의 조속한 시행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메리츠·DB·현대·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총 46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 적자는 4월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5개 대형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로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넘게 적자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과 9월, 11~12월 손해율은 90%를 웃돌며 적자가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해 전체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에서 708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올해 초 보험료 인상에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차량 5부제 할인특약 도입과 경상환자 과잉의료, 부품비·수리비 등 물적사고 손해액 증가 추세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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