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생보사 성적표 가른 '투자 체력'…미래 경쟁력 투자이익이 가른다

금리하락에 '빅4' 생보사 투자손익 '휘청'…이자·배당수익 감소 '우려'
자산운용 역량 경쟁력 가늠의 핵심 잣대…경상이익 중요성 부각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삼성·한화·교보·신한라이프 등 '빅4'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실적 향방을 결정지은 핵심 키워드는 '투자손익'이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적 한계로 보험영업을 통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자산운용 성과가 각 사의 최종 성적표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자산운용 역량이 생보사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대형 4개 생보사의 별도 순이익은 3조 29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2조 41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고, 투자손익은 1조 5112억 원으로 17.4% 감소했다.

지난해 투자손익 감소는 금리 하락 및 감독제도 변경에 따른 부채 부담이자 감소로 순이자차(이자수익-부담이자)가 증가한 영향 등이다.

삼성·한화생명, 투자손익 30%대 감소…이자수익 감소

보험업계 리딩컴퍼니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순이익 1조 69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투자손익은 69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9% 감소했다.

총자산 310조 원으로 규모의 경제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삼성생명은 채권·주식 매매이익(FVPL 관련 이익)으로 7조 5749억 원을 거둬 전년 대비 2배 넘게 급증했다. 또 배당수익도 9826억 원으로 3.8% 증가했다.

다만 이자수익이 매년 2000억 원 가까이 줄어들며 역성장하고 있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생명의 이자수익은 2023년 6조 156억 원에서 2024년 5조 9040억 원, 지난해 5조 7420억 원을 기록했다.

'빅4' 생보사 중 지난해 가장 아쉬운 실적을 남긴 회사는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31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급감했다. 한화생명은 순이익 감소에 대해 "제판분리를 통해 영업채널이 자회사로 분리돼 별도 순이익이 축소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투자손익은 5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감소했다. 문제는 최근 3년간 투자손익 규모가 100억~700억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채권·주식 매매이익은 4조 5618억 원으로 54.9% 증가했고, 배당수익도 810억 원으로 25.4% 늘었다. 하지만 한화생명도 이자수익이 2조 67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산운용은 변동성이 큰 채권·주식 매매이익 의존도가 높고, 기초적인 이자수익 포트폴리오가 빈약해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실적 타격이 클 수 있다"며 "이자 이익 감소는 당기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과거 매입한 고이율 채권을 처분하면서, 향후 안정적인 이자를 창출할 '수익 곳간'이 비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투자손익 3년 연속 6000억원 돌파…이자·배당수익 기반 자산운용 강화

지난해 투자이익 부문에서 가장 돋보이는 보험사는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76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다. 교보생명의 투자손익은 6700억 원으로 0.2% 감소했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비교해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유지했으며, 특히 3년 연속 6000억 원 수준의 투자이익을 거두고 있다.

교보생명의 투자손익 강점은 일회성 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이자와 배당 등 '경상이익' 기반을 견고하게 다졌다는 점이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조 41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지난해 빅4 생보사 중 이자수익이 늘어난 보험사는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배당수익 역시 1726억 원으로 19.9% 늘며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유연한 자산운용으로 채권·주식 매매이익도 4조 6017억 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기초가 되는 탄탄한 경상이익 위에 성과에 해당하는 매매이익을 얹는 이상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강력한 실적 방어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라이프는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에서 모두 순항 중이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순이익은 51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손익은 925억 원으로 15.3% 늘었다.

신한라이프의 운용자산은 51조 원 규모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에 비해 절반 수준도 안 되지만 투자이익에서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신채권·주식 매매이익이 1조 93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1% 증가했고, 배당수익도 378억 원으로 16.3% 늘었다. 다만 신한라이프도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마찬가지로 이자수익이 1조 4645억 원으로 3.2% 감소했다.

보험사 실적 승부처 '투자손익'…일시적 평가이익보다 경상이익 중요성 부각

금융권에서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로 보험영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향후 보험사 실적의 승부처는 투자손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생보사의 총자산은 957조 8455억 원이고, 이 중 운용자산은 816조 8210억 원이다. 하지만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3%에 불과하다.

또 '빅4' 생보사의 운용자산은 543조 3569억 원으로 전체 생보사 운용자산 중 66.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2%로 생보업계 평균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교보생명이 3.6%로 업계 상위 수준을 기록해 자존심을 지켰고, 삼성생명은 3.3%로 업계 평균을 유지했다. 한화생명은 3%, 신한라이프는 2.9%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생산적 금융 재원 마련을 위해 보험사의 위험계수를 낮춰 투자 부담을 줄이고, 인프라·벤처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는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조치로 보험사가 최대 24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정책펀드, 벤처투자, 미래 산업 등 분야의 고수익 장기 투자처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간 내 높은 투자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보험사의 투자 리스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보험사의 투자 리스크 관리 역량에 따른 실적 명암은 더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는 보험사가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일시적인 평가이익보다 이자·배당 등 반복 창출이 가능한 경상이익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산운용 효율성을 높인 회사가 향후 보험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