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사전예방적 상품' 5세대 실손…상품설계부터 '소비자보호' 챙긴다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상품 설계부터 소비자 위험 사전 '식별·평가'
금융당국, 5세대 실손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 재매입 제도' 동시 도입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4월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화하고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상향한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 2024.11.5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이르면 4월에 출시될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상품 설계 단계부터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첫번째 '사전예방적 상품'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월쯤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화하고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상향한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정부는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를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무분별한 의료 이용 억제를 목표로 한 실손보험·비급여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5세대 실손보험 출시 등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및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및 규정 변경 예고를 실시했다.

5세대 실손보험 출시로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증 비급여는 암, 심장, 뇌혈관질환 등 산정특례 대상 질환에 한정해 현행 보장을 유지하되, 상급병원 입원 시 자기부담 한도를 연 500만 원으로 설정한다. 또 비중증 비급여는 보상 한도가 기존 연간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회당 20만 원에서 일당 20만 원으로 보장이 축소된다. 또한, 병의원 입원 시 보상 한도는 현행에 없는 대신 회당 300만 원으로 제한된다.

보험업계 첫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상품은…5세대 실손보험

이번에 출시되는 5세대 실손보험은 사실상 첫번째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보험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설계·제조 단계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생애주기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을 지난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품 설계 단계에서 핵심 위험을 사전에 식별·평가하도록 하고, 금융사 내부 상품위원회 기능과 제조사·판매사 간 교차 검증을 강화한다. 또 심사 단계에서는 소비자 관점에서 핵심 위험이 명확히 기재됐는지를 엄정하게 점검하고, 판매 단계에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설명 의무를 강화한다. 사후에는 소비자 피해 우려가 있는 상품의 판매 제한과 불완전판매에 대한 엄정 조치를 통해 소비자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실손보험 케이스를 주목하고 있고, 사전예방적 상품은 소비자 관점에서 리스크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계하고, 설명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보험상품 중에 상당부분은 일단 사전 규제에서 제외돼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사전 규제체계 범주에 넣을 것인지 업권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발표 이후 보험사들도 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상품 설계 단계에서 소비자 보호를 실천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가 없는 만큼 난처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5세대 실손보험이 장기보험 사전적예방의 구체적인 사례가 되고, 이를 통해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영일 부원장보는 "사전예방적 상품 감독 강화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준규범적인 요구 요구사항들을 구상해 업권과 논의하고 있고, 양측의 내용이 어느 정도 조율되면 업권별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5세대 실손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 재매입 제도' 동시 도입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 보장 수준 합리화를 위한 '선택형 할인 특약'과 5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유도하는 '계약 재매입 제도'를 동시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형 할인 특약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기존 보험계약을 유지한 채 불필요한 진료 항목은 보장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특약이다. 특정 진료 항목을 제외할 경우에는 보험료를 인하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보장 축소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줄이면서 실손보험 개혁 취지를 담을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개정 약관에는 보험사가 선택형 할인 특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사업비 할인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계약 재매입 제도도 추진된다. 계약 재매입은 보험사가 기존 실손보험 계약을 프리미엄을 더해 매입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프리미엄으로 신규 실손보험 계약에 할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보험 이용이 적었지만 높은 실손보험료를 부담해 온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가 기존 계약을 매입해 5세대 상품으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1세대 가입자가 재매입을 원할 때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해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재매입 대상 계약은 약관 변경 및 재가입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1세대 및 초기 2세대 실손보험이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계약이 약 160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면서도 실손보험을 합리화하기 위해 선택형 할인 특약과 재매입 제도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5세대 상품 출시 전까지 계약 재매입 제도와 선택형 할인 특약 운영에 대한 세부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