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밖 노동자' 제도권으로…45만 보험 설계사 "우리는 빼줘요"

4대 보험 등 혜택 크지 않은데…세금 부담에 소득 절감
보험사도 법적 리스크 '부담'…"직업군 특성 감안해야"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보노련) 조합원들이 지난 2023년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일방적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2023.4.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정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대규모 노동법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보험설계사들은 세금 증가로 인한 '소득 절감' 등이 부담스럽다며 반기지 않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터기본법)' 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입법은 이재명 정부의 1호 노동법안으로, 이르면 5월 1일 노동절을 전후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약 870만 명에 이르는 '권리 밖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대규모 노동법 개편에 나섰다. 핵심은 이들을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뒤집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이른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다. 여기에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이 패키지로 추진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다. 분쟁이 발생하면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반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책임의 방향이 뒤집힌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상의 강행 규정이 일괄 적용된다. 그동안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제도 밖에 머물렀던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배달·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설계사 "근로자 권익 증진 환영하지만…'소득절감' 원하지 않아"

45만 명으로 추산되는 보험설계사는 보험사 소속의 전속설계사와 보험판매 전문회사인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로 나뉜다. 보험설계사는 위촉직 형태로 근무하며, 판매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급여로 받고, 출퇴근, 휴가, 취업 규칙 등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런 직업적 특성 때문에 부업 형태로 일하거나 실제 영업 활동 및 출퇴근을 거의 하지 않고, 위촉 계약만 유지하는 설계사들도 많다.

보험설계사들이 노동법안 개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절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된다면, 보험설계사들은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보험설계사들은 현재 특수고용직으로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는 의무 가입돼 있다. 고용보험은 실업 시 생활 안정과 재취업 지원을 위한 보험이며,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근로자의 피해 보상을 위한 보험이다.

일단 보험설계사는 상대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입을 일이 많지 않다. 또 보험사나 GA는 보험설계사를 거의 해촉하지 않고, 실적이 나쁜 설계사라도 최대한 길게 위촉을 유지한다. 설계사가 퇴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용보험 보장을 받기도 어렵다.

물론 노령, 장애, 사망 등 소득 상실 위험에 대비해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인 국민연금과 질병·부상으로 인한 고액 진료비 부담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보험 제도인 건강보험은 고용·산재보험과 달리 보험설계사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대 보험료에 대한 보험설계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특히 부업으로 종사하는 저소득 설계사의 세금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득 설계사들 역시 높은 세율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대형 GA의 보험설계사는 "보험설계사의 권익 증진 측면에서는 정부의 노동법 개정 추진에 공감하지만, 이미 가입돼 있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설계사들이 거의 혜택을 못 보고 보험료만 납입하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까지 가입하게 되면 세금으로 인한 보험설계사의 소득 절감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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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비용보단 소송이 더 걱정…직업군별 특성 맞는 노동법 개정 필요"

보험사 입장에서도 노동법 개정은 리스크다. 생명·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는 약 21만 명이다. 현재 보험사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료를 50% 부담하고 있다.

향후 노동법 개정으로 보험설계사에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까지 적용될 경우 당연히 보험사의 비용 지출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세금 비용이 보험사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보험사의 리스크는 비용적인 측면보다 법적 리스크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주가 근로자성을 방증하는 책임이 커지면서 설계사와 보험사 사이에 예상치 못한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법이 개정될 경우 보험사는 비용을 줄이고,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가동 설계사를 줄이고, 전속설계사 조직 운영 대신 자회사형 GA로 전환하는 등 설계사 채널의 변화도 전망되고 있다.

보험설계사 등 각 직업군의 특성에 맞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근로기준법이 개정으로 보험설계사가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근로형태, 위촉 조건들을 고려할 때 설계사에게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퇴직금 등을 도입하기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렵고 설계사들도 이러한 조건들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의 업종이 다양하고 사용자가 제각각인 만큼 실제 근로기준법 개정과 적용에 난항 예상된다"며 "노동법 개정으로 인한 보험사의 비용적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법안 개정에 앞서 전속설계사 축소 등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