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으로 먹고사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영화in 보험산책]
노부부 연금 부정수령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가 모티브
생보사, 1월부터 사망보험금 연금으로 유동화 전면 도입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영화 '어느가족'은 할머니의 연금으로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사무, 노부야 부부는 추운 날 아파트 현관 밖에 나와 있는 어린 여자아이 유리를 집에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유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이 가족은 보통의 가족처럼 혈연으로 엮어진 가족이 아니다.
남편 오사무, 아내 노부야, 아키, 쇼타, 유리와 할머니 하츠에로 구성된 이 가족은 주수입원이자 거의 유일한 고정수입은 할머니의 전 남편 연금이다. 가장 역할을 하는 오사무는 건설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지만 직장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가족은 오사무가 마트에서 훔친 물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오사무의 아내인 노부야는 세탁 공장에서 다림질을 하며 가족의 생활을 돕고, 큰 딸 아키는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을 하고, 오사무의 아들처럼 보이는 쇼타는 학교 대신 오사무에게 물건을 훔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하츠에 할머니는 실제 가족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할머니를 독거노인으로 알고 있다. 할머니와 가족들은 가끔 방문하는 공무원에게는 마치 혼자 사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하츠에 할머니가 사망한 후에도 가족들은 연금 때문에 할머니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무도 모른다' 등을 통해 독특한 시각으로 가족에 대해 다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어느가족'은 우리 사회의 가족상을 재조명한다. '어느 가족'의 원제는 '물건 등을 슬쩍 훔치다'라는 뜻의 일본어 '만비키' 가족이다. 말 그대로 '좀도둑 가족'이다. 하지만 이 가족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형편없어 보이는 이 가족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윤리적·도덕적 잣대로 비판하지 않는다. 영화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핏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사회의 현실을 재조명한다. 실제 이 영화의 1988년 도쿄에서 노부부가 사망한 뒤 가족이 연금을 부정수령하다 적발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1000만 명에 도달했고, 이는 전체 인구의 20.1% 비중으로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연금 등 노후자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은퇴 후 부부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336만 원, 최소 생활비는 240만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서는 1인 가구 적정 노후 생활비를 월 192만 원, 2인 가구는 296만 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사마다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종합해 보면 은퇴 후 부부 기준 월 240만~340만 원의 생활비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올해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7만 원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108만 원 정도로, 가입 기간이 긴 경우에도 월 10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부부가 각각 평균 수령액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월 111만 원 정도이고,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 이상의 생활비 부족분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5개 대형 생명보험사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선보였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는 보험계약자가 사망보험금을 연금 자산으로 전환해 노후 소득 공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성 특약으로 과거에 판매한 종신보험과 신규 판매되는 종신보험에 모두 적용이 가능한 제도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55세부터 신청이 가능하므로, 은퇴시점과 국민연금 수령 전 발생하는 소득 공백구간에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일시 중단과 재신청 등이 가능하며, 유동화 비율·구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경제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10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도입 이후 이번달 15일까지 총 1262건 신청됐다. 총 57억 5000만 원이 지급됐으며, 1건당 유동화 금액은 약 455만 8000원으로 월 환산시 약 37만 9000원 수준이다. 신청 연령은 평균 65.3세이며, 계약자가 선택한 유동화 비율은 평균 약 89.4%, 유동화 기간(연금 지급기간)은 평균 약 7.8년이다. 소액의 보험금이라도 유동화비율을 높이고, 지급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내년 1월 2일부터는 기존 대형 생보사만 운영했던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19개 전체 생보사로 확대한다. 이에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은 올해 1월말 기준 60만 건, 가입금액은 25조 6000억 원이고, 여기에 만 55세 도달 계약자 및 보험료 완납자가 자연 증가하므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자도 지속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주요 보험사들과 TF를 구성해, 사망보험금 유동화와 같이 보험상품을 통해 노후대비를 지원할 수 있는 상품과 정책 등을 지속 개발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먼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월지급 연금형 상품도 내년 3월쯤부터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는 1년치 연금액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연지급형만 운영 중이다. 기존 연지급형을 선택한 소비자들도 내년도 연금액을 수령받는 시점에서 월지급형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유동화한 금액을 연금이 아닌 헬스케어·요양 등 노후 관련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형'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치매머니 관리를 위한 신탁 활성화 방안', '치매 관련 보험상품 확대방안' 등도 마련해 생활 체감형 정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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