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 '축소'…합의금·벌금 특약 활용도 커진다
금융감독원,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자기부담금 50% 신설
영업현장 절판마케팅 또 '기승'…"운전자보험 개정 전 가입하세요"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 보장이 대폭 축소된다. 이에 따라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지원금 특약과 자동차사고벌금 특약 등의 활용도가 더 커질 전망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손해보험사들에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의 기초서류(약관·요율서 등)를 변경하고, 특약에 가입자 자기부담률 50%를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주요 손보사들은 △변경 대상 상품 목록 △일정 △절판마케팅 방지대책 등을 포함한 이행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은 교통사고로 민사·형사 소송시 변호사 선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DB손해보험이 지난 2022년 10월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 보장 시점을 '경찰 조사' 단계부터로 확대한 일명 '한문철 플랜'을 선보인 이후, 2023년 전체 손보사들의 판매 경쟁이 본격화 됐다.
이후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은 운전자보험 가입 시 필수 특약 중 하나로 여겨지며 한때는 최대 1억 원까지 보장했지만, 현재는 3000만~5000만 원 한도로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실제 발생하는 법률 비용보다 보험이 보장하는 금액이 과도하게 크다는 점이다. 통상 교통사고 재판 대다수는 1심에서 마무리되지만,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의 정액 보장을 악용해 1심에서 종결된 사건도 3심 수준의 비용까지 보상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1000만 원 내외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이 가능한 소송에도 보장한도 금액인 3000만~5000만 원의 보험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5개사 관련 지급보험금은 지난 2021년 146억 원에서 2023년 613억 원으로 약 4배 급증했다. 실제 일부 소비자는 간단한 사고로 인한 1심 재판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선임비용은 보장한도까지 모두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로 인해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 축소는 보험금 과잉 지급 방지를 위한 조치다.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 축소로 앞으로 형사합의지원금 특약과 자동차사고벌금 특약 등의 활용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교통사고 소송 비용의 절반이 자기부담금으로 지출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송 대신 합의와 벌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교통사고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상대방과 합의를 하거나 검찰 송치 이후 벌금이나 실형을 받게 된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합의나 벌금 수준에서 종료된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로 인한 형사합의금으로 최대 2억원, 벌금은 3000만원까지 보장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상대방과 합의를 해야 하는데 변호사를 부르면 오히려 합의가 더 어려워 질 수 있어, 아주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교통사고로 변호사를 선임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 자기부담금 신설 소직이 알려지면서 SNS, 유튜브, 영업현장 등에서는 "다음달 11일부터 운전자보험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이 축소된다"며 "상품 개정 전 운전자보험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의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절판마케팅을 "좋은 상품을 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금감원은 절판마케팅을 '불건전 영업행위'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충동적으로 보험에 가입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9월 취임 후 보험사 CEO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해 행위자뿐만 아니라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자동차사고가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편이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보험의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을 가입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이번 변호사 선임비용 자기부담금 50% 신설로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 형사합의금, 벌금 보장 등의 특약 활용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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