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스카우트 전쟁의 민낯…소비자·보험사까지 모두 피해자
설계사 과도한 정착지원금…실적압박에 고금리 빚더미까지 떠안아
소비자, 부당승환 계약에 노출...보험사, 설계사 양성·영입 사업비 부담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 간호사 출신의 보험설계사 김 씨는 전업 3년 차에 연봉 1억 원을 달성하고 한 GA(법인보험대리점)로부터 정착지원금 5000만 원과 매월 특별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이직했다. 김 씨가 이직 약 21개월 차에 건강상 문제가 생겼다. 그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중증무력증' 진단을 받았지만, 회사는 정착지원금을 면목으로 그의 휴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는 김 씨에게 정착지원금 5000만 원을 즉시 상환하거나, 지연이자 연 20%를 내라고 제안했고, 김 씨는 대출로 정착지원금을 상환하고 퇴사했다.
최근 일부 GA의 과도한 스카우트 비용이 보험산업 생태계 전반의 신뢰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높은 스카우트비를 받는 설계사들은 실적 압박과 지원금 환수 및 고금리 이자 시달리고 있고, 소비자는 부당승환 계약 등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신입 설계사 양성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잦은 설계사 이탈로 설계사 양성 및 영입 사업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GA가 과도한 정착지원금 등을 지급하며 보험사의 전속설계사를 영입에 나서고 있다.
정착지원금은 보험사나 GA가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스카우트 비용으로 보험업계는 통상 직전 연도 연봉의 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전 연도 연봉 1억 원의 설계사가 이직할 경우 5000만 원 이상의 지원금을 일시금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GA 및 보험사는 경력설계사를 영입할 때 전 소속 회사에서 받지 못하는 수수료 등에 대한 보상 성격의 정착지원금을 일시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GA들은 특별지원금과 함께 팀 단위 이동 시 사무공간 및 지점장 등 관리자에게는 활동비 등까지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형 생보사에서 GA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빅3 생보사에서만 매월 200~300명 규모의 설계사가 고액의 스카우트비를 받고 이동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3년 한 대형 생보사 설계사 100명이 한번에 GA로 이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GA가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정착지원금 등의 조건은 직전 연도 실적이고, 해당 설계사는 계약 기간인 2~3년 동안 무조건 계약된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 실적 미달 시에는 지원받은 돈을 상환하거나 높게는 20% 수준의 고금리 이자를 회사에 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은 보험설계사에게 실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실적 압박은 부당승환·특별이익 제공·작성계약 등 소비자 피해 양산으로 이어진다. 이직한 설계사는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직전 회사에서 보험을 계약했던 소비자를 상대로 부당승환 계약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부당이익 제공, 작성계약 등 각종 불법 영업이 이뤄진다.
그리고 목표 실적에 달성하지 못한 설계사들은 정착지원금 상환을 위해 더 많은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GA를 찾아다니며 일명 '철새 설계사'로 전락하게 된다. 정리해 보면 '고액의 정착지원금→높은 영업 실적 부여→부당승환 계약 유도→목표 미달 시 이직'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형 GA 관리자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은 대부분 업적 조건과 연계되고, 실적 미달 시에는 반환 의무가 발생해 설계사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고, 최고 20% 수준의 이자까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GA는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지원금을 일종의 대출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GA입장에서 설계사가 일정 실적을 거두면 수익성에서 이익을 얻고, 실적이 부실할 경우 원금 회수나 이자를 받아낼 수 있어 손해가 없는 장사이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정착지원금은 설계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높은 스카우트 비용의 피해는 보험소비자는 물론 보험사로까지 이어진다.
우선 보험소비자들은 설계사가 이직하면 기존의 계약 승환을 권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직한 설계사는 더 좋은 조건의 신상품, 사후관리 등을 면목으로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한다.
또 계약을 이관받은 새로운 설계사 역시 소비자에게 다른 상품을 권유한다. 양쪽 다 새 계약의 보험료는 기존의 해지환급금을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장이나 환급금 등이 축소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잦은 설계사 이동은 사업비 부담 등으로 이어진다. 보험사들은 기존 설계사 영입과 함께 신입설계사 양성에도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설계사가 계속 GA로 이탈하는 것은 결국 사업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으로 보험사는 계약관리의 어려움까지 겪는다. 이 같은 문제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또 최대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신입설계사 양성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만큼 GA는 보험사의 경력설계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이 시행되는 내년 반기까지 자금력이 있는 대형 GA를 중심으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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