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5% 금리에도 증시 탄탄…AI 투자 시대 금리는 '조연'
美 10년물 심리적 저항선 '5%' 돌파…증시는 오히려 상승
주가 결정하던 '금리 문법' 작동 안해…"5%보다 더 오를 수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글로벌 증시의 풍향계로 꼽히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국내외 증시의 충격은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에선 금리가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작용하는 방식과 영향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본다. 금리보단 시장 주도주의 경기와 이익 규모가 증시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205%까지 오르며 2007년 6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돌파한 지 1주일 만에 또 급등세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5.480%까지 오르며 200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의 대표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이 금리가 오를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안전한 미 국채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에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인 주식 대신 채권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결국 주가가 하락하는 증시 조정을 불러와 조정의 촉매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상식이 깨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6월 24일~9월 24일) 미국 10년물 금리가 4.391%에서 5.205%로 18.5% 오를 때 나스닥 종합지수는 5.7%, S&P500 지수도 4.7% 오르는 등 금리와 주가가 함께 움직였다. 코스피도 미국 10년물 금리가 본격적으로 급등한 지난 8~9월 점진적으로 우상향했다. 과거엔 금리가 낮아야 증시가 반등했지만, 최근에는 금리가 상승해도 증시가 하락하기보단 금리와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시장에선 최근 20년에 걸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국면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도하게 쌓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은 부채를 확장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금리를 낮춰야 수요가 확대됐고, 증시도 기업의 실적이 아닌 금리 변동에 따른 유동성에 좌우됐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미국-중국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공급망이 교란되자 공급이 항상 풍부하다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이같은 공급망 재편에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붐까지 이어지며 금리와 무관한 투자 수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이젠 공급망 재편과 AI 투자가 기업 성장률과 재화의 수요를 창출하면서, 그동안 수요를 조절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던 금리가 이젠 수요에 이끌려다니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대 금리는 다른 변수들을 결정하는 위치에 놓여진 원인이자 주연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변수들에 의해 결정당하는 조연의 자리로 내려왔다"며 "고용·물가를 살펴보면서 금리와 통화정책을 중심으로 다른 변수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2010년대에는 정석이었지만, 2020년 이후 이 같은 문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의 금리 수준이 높긴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그저 역사적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금리의 최근 100년간 장기 평균은 약 4~5%다. 2차 대전을 겪은 1940년대엔 2% 수준이었지만 오일쇼크 및 스태그플레이션이 있던 1980년대엔 14%까지 치솟았다. 이후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2010년대 1% 수준까지 내렸고 이후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긴축 기조로 최근 5%대까지 올랐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시각에서 보면 2010년대가 유례없는 저물가-저금리 시대였을 뿐"이라며 "지금은 뉴노멀이 아니라 그냥 노멀로 회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등이 지속되면서 미국 장기채 금리가 지금의 5%보다 더욱 오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상황은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한 후 8%까지 상승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와 유사한 흐름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 및 사회복지 확대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했는데, 최근 중동 전쟁 및 막대한 국경 지출로 재정 적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미국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과거 금리가 5%를 넘는 상황에서도 기존의 주도주는 상승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미국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했던 50개 대형 우량주인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의 경우 1973년 오일쇼크 대응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12%까지 급격히 인상되며 유동성이 사라지기 전까진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인상 경로에서 유동성의 급격한 증발에 따른 우량주 수급 이탈 가능성을 상정하긴 어렵다"며 "국내 AI 밸류체인은 이익 증가가 배수 확장을 상쇄하고 있어 니프티 피프티와 같은 밸류에이션 고평가 문제가 우려되진 않는다. 시장 금리를 급격히 상승시킬 시스템 리스크가 없다면 현 금리대에서도 AI 밸류체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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