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까지 뛰어든 56조 발행어음 시장…9개 증권사 경쟁 본격화

삼성 이어 메리츠 합류…주요 대형사 대부분 시장 진입
고객 유치 넘어 기업금융·모험자본 운용 경쟁도 확대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 모습.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메리츠증권이 국내 9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합류하면서 50조 원대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증권에 이어 메리츠증권까지 가세하면서 주요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제16차 정례회의를 열고 메리츠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7월 인가를 신청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키움·하나·신한투자·삼성증권에 메리츠증권까지 총 9곳으로 늘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예금자 보호 상품은 아니지만 보통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증권사 예금'으로 불린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어 대형 증권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올해 6월 말 메리츠증권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8조 3495억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최대 16조 7000억 원의 발행어음 조달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해 자금조달 수단을 넓히고 리테일 상품군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에 강점을 보여온 메리츠증권은 최근 채권자본시장(DCM)·주식자본시장(ECM) 등 전통 투자은행(IB) 부문과 리테일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발행어음 시장 규모도 50조 원대 중반까지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7개 증권사의 발행어음 잔액은 55조9291억 원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증권 등 기존 4개사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이 잇달아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까지 합류하면서 9개 사 경쟁 체제로 확대됐다.

후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이 이어지면서 고객 자금 확보를 위한 금리와 상품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삼성증권은 출시 기념으로 초단기 상품에 연 5.5%, 1년물에 연 4.3%의 특판 금리를 제시했다.

경쟁은 자금 유치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부터 종투사는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10%에 상당하는 규모를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하고 이 비율은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으로 얼마나 자금을 끌어모으느냐 뿐 아니라 조달한 자금을 어떤 기업금융·모험자본 투자처에 운용하느냐도 경쟁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해 온 IB 역량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혁신기업과 성장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안정적 자금조달을 기반으로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테일 고객에게는 양질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