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품는 증권사]①여의도·코인판 '짝짓기'…'남은 빗썸' 누구 품에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에 필요한 거래 경험·기술 확보에 사활
증권사마다 차별화된 전략…관망하는 증권사 "제도화 기다리는 중"

편집자주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 단순히 코인 거래 시장을 노린 투자가 아니다. 토큰증권을 시작으로 전통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이 통합되는 새로운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서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직접 품거나 전략적 동맹을 맺고, 독자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선택도 엇갈린다.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미래 금융 플랫폼을 향한 전초전의 판세를 짚어본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내년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006800)은 코빗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한국투자증권(030490)은 코인원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다른 증권사들도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사들이며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아직 거래소와 손잡지 않은 증권사들은 규제 방향을 지켜보며 자체 역량을 쌓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운영사 디지털엑스 지분 97.15%를 인수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약 20%를 확보했다.

미래에셋은 코빗 경영권을 확보해 그룹의 디지털자산 인프라로 직접 편입한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전략적 협업 방식을 택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도 금융회사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최근 두나무 지분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9.84%까지 확대했다. 삼성증권(016360)은 삼성SDS, 삼성카드와 함께 지분 4%를 확보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5월 두나무 지분 6.55%를 인수했다.

증권사들이 거래소 지분 확보에 나서는 배경에는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에 필요한 거래 경험과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분산원장 기술과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주문·체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전광판 2026.8.25 ⓒ 뉴스1 박지혜 기자
미래는 인수·한투는 협력…남은 빗썸 누구 품나

시장에서는 빗썸의 전략적 파트너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키움증권(039490)은 빗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최종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KB증권의 빗썸 투자 가능성도 시장에서 거론됐지만 KB증권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경우 거래소의 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어 증권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재는 규제와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 실제 투자까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빗썸은 복잡한 지배구조가 투자 결정의 변수다. 빗썸홀딩스가 빗썸의 지배주주로 있고 그 위로 비덴트 등 기존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증권사가 빗썸에 투자하려면 거래소의 사업성뿐 아니라 기존 주주 관계와 지배구조에 따른 위험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규제 나오면 움직인다"…NH·신한은 자체 역량 확보

모든 대형 증권사가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일부 증권사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방향과 사업 규제가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당장 인수·투자에 나서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규 시장이고 규제도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제도화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 인수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투자를 하지 않은 대형사는 우선 자체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이 STO 비전그룹을 구성해 특수자산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고, 신한투자증권은 STO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조각투자·기술업체 등 39곳과 협약을 맺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DB증권은 올해 2월 솔라나 재단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해 토큰증권 기반의 디지털 자본시장 구축을 추진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12월 디지털자산Biz부를 확대 개편해 STO 사업화에 힘쓰고 있다.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점 모습. 2026.6.15 ⓒ 뉴스1 김성진 기자
거래소 '20% 룰' 변수…미래에셋도 영향권

향후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 간 합종연횡의 최대 변수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다. 현재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대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20% 지분 상한이 도입되면 거래소의 기존 지배구조는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다. 코빗 지분 97.15%를 확보한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규제 적용 방식에 따라 지분을 대폭 낮춰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금융회사가 거래소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초과 지분을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기보다 일정 비율을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예외 요건을 두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이 최종안에 반영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