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봤냐고요? 그냥 샀는데…2030 자산 위협하는 '노룩 투자'
주변서 '가자' 하면 휩쓸려 매수…"왜 오르내리는지도 몰라"
커뮤니티 소문 듣고 느낌으로 투자…"교육 통해 사회가 막아야"
- 문창석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 올해 증시 활황으로 20·30대 청년층의 주식 입문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 이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투자 경험이나 지식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데, 느낌이나 온라인 소문에 의존하며 분위기에 휩쓸려 매수하는 등의 원칙없는 투자 방식이 손실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3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사회초년생 배 모 씨(26)는 지난 2023년 한 초전도체 기업이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 4일째에 매수를 시작했다. 오전에 장이 열리자마자 매수 결제가 체결됐지만 급락하더니 이내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 후로 주가는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해당 종목에선 73%의 손실이 났다.
배 씨는 "관망하고 있는데 3일동안 상한가를 치길래 저도 광기에 '고점에서 조금만 딱 먹고 나오자'고 생각했다"며 "증권사 앱에 초전도체 관련주 테마 칸이 있길래 들어가서 아무거나 대충 샀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레포트나 재무제표는 딱히 관심있게 보지 않았다"며 "K5 중고차 1대 값 정도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군 복무 중인 심 모 씨(24)는 같은 부대 병사가 수천만 원의 수익을 냈다는 말을 듣고 주식을 시작했지만 10% 이상 손절했다. 주변 다른 사람들이 거론하는 종목을 그대로 매수한 게 실수였다. 심 씨는 "그냥 재미로 한번 사봤다. 주변에서 '가자'하는 분위기에 휩쓸렸다"며 "다들 이게 왜 오르는지도 내리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20·30대의 투자 방식에 대해 다른 연령대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만큼 공격적 투자를 통해 경제적 격차를 '한 방'에 만회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지난해 11~12월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ETF 투자 경험자 중 42.1%가 '고위험 ETF(레버리지·인버스 등) 투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20대는 이 비율이 52.7%로 평균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았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유 재산이 적다 보니 누군가가 '그걸로 큰 수익을 벌었다'고 했을 때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나만 뒤처지는 것 같는 불안함이 '묻지마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열기에 비해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주식을 매도한 개인 투자자 중 80%는 수익을 냈으며 평균 수익은 848만 원이었는데, 20대(143만 원)와 30대(221만 원)의 수익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20·30대에 대해 "이렇게 장이 좋은 시기에 수익이 거의 없어 제일 안타깝다"고 하기도 했다.
투자는 활발하지만 투자 종목의 분석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가 지난 2월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금융투자 활동에 쓰는 시간에 대해 20대는 '10분 미만' 및 '거의 쓰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3.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도 37.9%로 두 번째로 높았다.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크게 받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둘째 주 기준 2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23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888억 원)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종목을 분석하는 대신 느낌으로 투자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투자 방식이 손실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다. 오픈서베이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투자 종목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받는 채널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24.8%는 '직관이나 감', 12.3%는 '투자 커뮤니티 의견'이라고 응답했는데, 오픈서베이 측은 해당 항목에서 20·30대의 응답 비중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심 씨는 자신과 주변 또래들이 주로 '뇌동매매(남의 말만 믿고 따라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로 투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증권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야 이거 오를 것 같다'고 하면 사는 식인데 그게 제일 문제"라며 "커뮤니티에는 다 주식을 산 사람밖에 없으니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쉽지 않다. 근데 그 얘기들을 믿고 사면서 무조건 긍정 회로만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상당수의 증권사 레포트가 주가를 후행적으로 따라가는 등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배 씨는 "증권사에선 '삼성전자 30만 원, 40만 원 간다'며 똑같은 말만 하는데 맞춘 적이 없다. 맨날 긍정적이라고만 해서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며 "증권사 레포트는 어차피 의미가 없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는 친숙하니까 더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금융투자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채 시장에 뛰어든 젊은 투자자들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의 경우 SNS 등 뉴미디어 채널을 통해 투자 정보를 얻는 비중이 높은 만큼, 숏폼 등 청년층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정보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교수는 "투자는 긴 안목으로 해야하고, 충분한 학습이나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빚투 등)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방식 등에 대해선 교육 및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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