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팔'로 5년 허비하면 2000배 수익 놓친다"…'ETF의 아버지' 배재규의 조언
[뉴스1 초대석]"시대 이끄는 산업에 투자…종목 아닌 '생태계' 투자"
"'시간의 힘' 제대로 받으려면 ETF로 사야 …韓 반·조·방·원·차 좋다"
- 대담=최경환 증권부장,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대담=최경환 증권부장 박승희 기자
종목 사팔사팔(사고팔고) 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시대의 흐름을 읽고, 산업 생태계에 투자하고 기다려라.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유례없는 변동성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의 마음도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 급등하면 따라 사고, 급락하면 허겁지겁 팔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 버튼을 누른다. 이처럼 시장이 방향을 잃고 요동치는 상황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의 아버지'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오히려 '멈춰서 기다리는 투자'를 강조했다.
배 대표는 지난달 28일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투자를 "좋은 자산을 고르는 논리적 판단과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는 감정의 극복이 결합된 행위"라고 정의했다. 좋은 자산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시장의 등락을 견디며 시간에 투자해 복리효과를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변동성을 견디지 못해 중간에 투자를 포기하는 것이 장기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이라고 짚었다.
배 대표는 오크트리 캐피털의 설립자 하워드 막스의 말을 인용해 '사팔사팔'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돈을 빠르게 버는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빠르게 잃는 방법은 안다. 돈을 빠르게 벌려고 애쓰는 것"이라 명언을 냈다. 하워드 막스는 리스크 관리와 통찰의 아이콘으로, 워린 버핏이 가장 신뢰하는 월스트리트의 거장이다.
빨리 돈을 벌겠다는 조급함이 오히려 투자 판단을 흐리고 불필요한 위험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좇다 보면 투기성 자산에 손을 대거나 섣부른 매수·매도를 반복하게 되고,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배 대표는 "부자가 되기 위한 투자는 운이 좋으면 많이 벌고 운이 나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가능성에 기대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스닥100이 연 15%씩 오른다고 가정한 복리 계산을 예로 들었다. 1000만원을 투자하면 55년 뒤 약 2180배인 218억원으로 불어나고, 여기서 5년만 더 기다리면 4300배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샀다 팔았다 하며 허비하는 5년은, 단순한 5년이 아니라 2000배의 수익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 배 대표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이끄는 산업에 투자하라고 했다. 그는 철도와 증기기관에서 인터넷,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산업혁명의 역사를 짚으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나 집단, 기업이 새로운 시대의 부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를 맞히기보다 기술의 변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후엔 해당 산업 전체, 즉 '생태계'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신문 한 부가 나오기까지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부터 종이와 인쇄기, 잉크를 공급하는 기업까지 다양한 주체가 필요하다. 이처럼 AI 산업 역시 엔비디아의 반도체 설계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TSMC의 파운드리, ASML 등 장비 기업이 촘촘한 밸류체인을 형성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니 관련 기업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특정 종목이 더 많이 오를 수 있지만 20년을 본다면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며 "예컨대 메모리는 시클리컬 산업으로 흐름에 따라 사이클이 있는데, 다른 종목과 함께 담으면 장기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ETF를 통해 생태계 투자법을 실천 중이다. 이 ETF는 3년 9개월간 650% 넘게 올랐다.
국내 산업 생태계 투자로는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방산, 원전을 제시했다. 배 대표는 "우리나라는 이들 산업에서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제 구현할 제조와 시공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코스피200보다 이 5개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으려면 개별종목이 아닌 ETF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개별 종목은 아무리 우량주라도 기업 고유의 리스크를 피할 수 없지만 ETF는 여러 기업을 담아 변동성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개별 종목은 등락 폭이 심할 때 견디기가 어렵다"며 "여러 기업을 함께 담으면 하나가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심리적 충격이 덜해 견디기 쉽다"고 말했다.
"누구나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배 대표가 늘 강조하는 말이다. 월급의 30%를, 세상의 흐름에 맞춘 생태계에, 오랜 시간 투자하는 것. 그리고 부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미래'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배 대표가 말하는 부의 공식이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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