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0 봤는데 바닥 아냐?"…숫자는 저점 맞지만 '추가 악재' 확인해야
'위기 없는' 위기급 낙폭…항복 매도에 월간 장중 38% ↓
"PER 5배 아래로 떨어졌지만…투자심리 급반전 어려울 수도"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코스피가 장중 5260선까지 추락했다.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이라는 초유의 폭락장이 연출됐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낙폭과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이미 역사적인 저평가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날 장중 저점을 최종 바닥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투매와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5260선까지 추락하며 사상 최초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지만 이후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저점 대비 400포인트가량 낙폭을 만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중 저점 기준 7월 월간 하락률은 약 38%까지 확대됐다. 과거 이 같은 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전쟁, 버블 붕괴 등 대형 위기 국면에서 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하락을 글로벌 신용 위기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럽 증시가 고점권에 머물고 미국 증시도 제한적인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만 위기 수준의 낙폭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고 장기공급계약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설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미·이란 긴장 재고조와 국제유가 상승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국내 개별 악재만 놓고 봐도 한국 증시의 이례적인 낙폭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전날 폭락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하는 '항복 매도'가 확산하면서 하락세가 증폭됐다는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조 9701억 원, 1조 2337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3조 1604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는 장중 5260선에서 5663.24까지 낙폭을 줄였지만 주요 장기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00일 이동평균선 5696선은 회복하지 못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급락 이후 반등 기대가 후퇴하면서 주식 보유자들이 손실을 확정하고 패닉셀링에 나선 것이 폭락의 본질"이라며 "대규모 항복 매도가 나오는 시기는 상황 반전이 일어나기 좋은 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격 수준만 놓고 보면 지수가 저점을 모색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올투자증권은 코스피가 5900선을 밑돌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하락률을 반영할 경우 반도체 업종의 PER은 3.6배, 비반도체 업종은 10.1배 수준이다. 비반도체 업종의 PER도 2010년 이후 평균인 11.5배를 밑돌았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에 심각한 할인 요인이 발생해 3~4배 수준이 정당화된다고 해도 반도체 부진에 휩쓸린 비반도체 업종에서도 가격 매력을 타진할 수 있는 영역에 들어왔다"며 "지수 차원의 저점 모색이 나타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키움증권도 주가 낙폭과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아진 수준을 고려하면 바닥권 신호가 이미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날 기준 코스피의 선행 PER은 5.1배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금융위기 당시처럼 기업 이익 전망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을 가정해도 약 7배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항복 매도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날 장중 5260선을 최종 저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 연구원은 "숫자로 가격 논리를 따져도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투자 심리가 급반전되긴 어려울 수 있다"며 "다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하이퍼스케일러 실적 등 이벤트와 쌓여있는 악재들이 하나씩 해소된다면 바닥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기대해 볼 수 있는 영역에는 접근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실적에 대한 신뢰 회복과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입증 여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 등도 반등 여부를 가를 조건으로 꼽힌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고점을 넘는 수준까지 급등하지 않았는데 상승장이 끝났다고 단정하는 것도 '이번엔 다르다'의 다른 버전일 수 있다"며 "상황이 어렵기에 현실을 봐야 하지만 낙관론은 잃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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