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후폭풍]⑦필수 투자액 빼고 현금흐름 기준 삼아야…주주권 보호 필요

영업익 N% 성과급 배분…경영상 투자·R&D 재원 제약 '부작용'
현금 성과급보단 주식으로 지급…현금 유출 부담 낮춰야

편집자주 ...일부 대기업에서 시작된 N% 성과급에 대한민국이 쪼개지고 있다. 보상 격차를 놓고 내부 분열에 몸살을 앓고 있고 주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성과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는 주장과 주주가치 훼손·노동시장 양극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으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뉴스1은 N% 성과급이 가져온 갈등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 대담을 통해 해법도 함께 고민해 봤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6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9500억 달러(약 1375조 원) 규모의 초대형 반도체 협력을 도출해 내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발판을 마련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에는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자 서남권에 각각 425조 원, 400조 원을 투입해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영업이익이 발생해도 방심하지 않고 설비투자(CAPEX)와 연구·개발(R&D) 실탄을 든든하게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첨단 반도체 산업의 성패가 선제적 투자 재원 확보에 달린 상황에서 최근 확산하는 '당해 연도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제도가 기업의 미래 성장 밑천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노사 간 기계적 정률 배분 구조에서 벗어나 이사회의 경영 자율성을 존중하고, 미래 필수 투자금을 차감한 현금흐름(FCF) 중심의 주식 기반 보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R&D·투자 뒷전 밀리고 이사회 자율성 약화 우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영업이익 N% 성과급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재원이 차감되지 않은 지표인 영업이익이 성과급 지표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R&D가 필수적인 첨단 산업에서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은 회사의 미래 성장 밑천을 가져가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52조 6511억 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당해 영업이익(43조 6010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이중 메모리 차세대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 DS) 부문에 47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반도체는 매년 영업이익의 상당 규모를 투자 재원으로 적립하지 않으면 경쟁력 우위를 담보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리스크의 구조적 비대칭성도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실적 호조 시 임직원은 주가나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정해진 비율대로 무위험에 가까운 성과급을 챙겨가지만, 주가 폭락이나 실적 악화 시 발생하는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가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661조 원 증발했다.

성과급을 N%로 고정하는 방식이 위기 상황이나 전략적 대형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도 이사회가 유연하게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경영 자율성을 박탈한다는 문제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화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기업의 투자 전략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익 배분은 어디까지나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고 경영 전략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정률 족쇄' 풀고 현금흐름 중심으로…주식 보상 확대

전문가들은 성과급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이사회가 기업의 재무 상태나 투자 일정에 맞춰 자금을 유연하게 집행할 수 있는 경영 판단 권한을 되찾기 위해,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을 함께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는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이 아닌 잉여현금흐름(FCF)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영업이익이나 매출액의 증가율을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한다"며 "영업이익에서 투자금 등을 빼고 남은 잉여현금흐름을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기업과 주주 입장에서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필수 투자액을 차감한 현금을 기준으로 삼아야 이사회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거나 재무 위기가 발생했을 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의 법정 이익분배제도인 '파르티시파시옹'은 세후 순이익에서 자기자본 5%를 주주의 투자 수익으로 먼저 차감한 뒤, 이를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만 자본과 노동의 기여도를 고려해 성과급 재원을 산정한다. 과도한 성과급 유출을 막기 위해 상한선도 두고 있다.

지급 방식 측면에서는 주식 기반 보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주식 보상은 3~5년에 걸쳐 분할 지급되므로 기업의 현금 유출 부담을 대폭 낮춰 이사회의 현금 투자 여력을 확보해 준다. 동시에 주가가 올라야 처분 이익이 커지는 구조여서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주주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현금 보너스 비중을 줄이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나 성과조건부주식(PSU)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 L5 엔지니어의 경우 연총액 29만 9000달러 중 현금 보너스는 2만 달러에 불과하고 8만 1000달러를 주식으로 받는다.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주식 보상액(63억 8600만 달러) 역시 4년 전 대비 3.2배 급증했다.

주총 승인과 이사회 자율권 조화된 거버넌스 구축해야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주주 통제권과 경영진 자율권을 조화시키는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체 성과급 재원의 상한선과 기본 가이드라인은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무분별한 자본 유출을 통제하되, 승인된 한도 내에서 세부 성과 평가와 배분 집행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다.

미국 나스닥 상장규정 5635(c) 역시 임직원 주식 보상 제도를 신설하거나 한도를 늘릴 때 주주총회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주총 승인을 받은 주식 보상 계획에 따라 제도를 운용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또한 세전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되, 항공기 투자나 재무구조 악화 시 이사회가 최종 지급액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자율적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이처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액주주들도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최근 투표를 통해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추진 동의를 확인했고, 이달 말 우편 발송 절차에 돌입해 의결권 결집에 나선다. 장기간의 이익 연동 보상 제도는 반드시 주총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정관에 신설함으로써, 영업이익 N% 성과급 건을 주총 판단에 부치겠다는 취지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 이상목 대표는 "수조 원 단위의 성과급 재원이 사전 검증 없이 유출되는 구조는 상법의 기본 정신과 자본시장 상식에 어긋난다"며 "노동자가 회사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회사의 의무가 맞지만, 리스크를 지는 만큼 수익을 얻는다는 자본주의의 단순한 근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주총 승인 절차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주와 임직원이 위험과 과실을 함께 나누는 선진형 보상 체계로 대전환해야 한다"며 "각자의 역할과 자본시장의 원칙에 충실할 때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