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믿고 투자하나"…증권사, 삼전·SK하닉 목표가 2배 차이

삼성전자 36만~60만 원…SK하이닉스 185만~420만 원
SK하닉 2028년 영업이익 BNK證 52조 vs 삼성證 425조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저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제시하는데, 그 차이가 너무 커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지,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가 지속될지를 놓고 증권사들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대한 국내 증권사 목표주가는 최고 420만 원(KB증권), 최저 185만 원(BNK투자증권)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 역시 최고 60만 원(KB증권)부터 최저 36만 원(DB증권)까지 격차가 크다.

지난 9일 KB증권이 삼성전자 목표가를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향했을 때 키움증권은 목표가를 41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하향했다. 아울러 모든 증권사가 SK하이닉스 투자의견 '매수'를 외칠 때 BNK투자증권은 '보유'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다.

AI 투자 지속 vs 투자 둔화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BNK투자증권은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가 프런티어 모델을 포기하고 잉여 인프라를 외부 판매로 돌렸는데 자금조달 어려움과 성과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향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가 급락은 수요 둔화를 반영해 연말 이후 실적 모멘텀도 꺾일 전망"이라면서 "내년 이후 주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싸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KB증권은 AI 투자 확대가 오히려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에이전트는 메모리 수요를 3배, 자율주행은 5배, 로보틱스는 10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AI 인프라 투자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추가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K하닉, 2028년 영업이익 52조 vs 425조

이렇다 보니 실적 전망치 차이도 크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은 274조 원, 2027년에는 185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은 올해가 정점일 것으로 예상했다. 2028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52조 원에 불과하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290조 원, 내년은 468조 원으로 상향했다. 실적은 추가상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259조 원, 내년 420조 원, 2028년에도 425조 원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전망치는 BNK투자증권과 무려 373조 차다.

삼성전자 역시 증권사 간 전망 차이가 뚜렷하다. KB증권은 삼성전자 올해 영업이익은 381조 원, 내년은 574조 원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366조 원, 414조 원으로 전망했다. 가장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는 DB증권은 오히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416조 원, 내년 631조 원으로 가장 높게 전망했다. 삼성전자 내년 실적 전망치가 200조 원 가까이 벌어져 있다.

글로벌 IB도 반도체 의견 엇갈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시각은 일치하지 않는다.

씨티와 JP모건, 골드만삭스는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유지하며 메모리 업황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을 내놨다. 씨티 목표가는 53만 원,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48만 원이다.

JP모건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배 수준으로 글로벌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저평가돼 있다"며 "장기 공급계약 확대와 구조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이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고객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언급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산업은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하면 반도체 실적 기대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며 "최근 반도체주 급락은 시장 주도주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는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이후 메모리 호황이 절정이던 2021년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다운사이클을 예견한 바 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