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의 역설…국민연금 '기계적 매도' 멈추고 '하방 지지'
국내주식 비중 31.1%→26.3% 추정…SAA 상단 26.8% 안으로
연기금 9~10일 1090억 순매수…7월 초보다 매도 강도 완화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부담을 덜어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국내 주식 평가액과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함께 낮아지면서 기계적 매도 압력도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8일 종가 기준 국민연금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26.3%로 추정했다.
지난 5월 말 29.9%로 추정됐던 이 비중은 코스피 상승과 함께 지난달 22일 31.1%까지 높아졌다. 이후 지난달 말 29.5%를 거쳐 이달 8일 26.3%까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9114.55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8일 7246.79로 마감해 20.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23.5%, 28.9% 떨어졌다.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이 감소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20.8%다. 여기에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 6%포인트를 더하면 국내 주식 비중이 26.8%까지 높아져도 운용 범위 안에 머물 수 있다. 전술적 자산배분(TAA) 허용 범위 2%포인트까지 합산한다면 국내 주식 비중을 28.8%까지 높일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추정치인 26.3%를 적용하면 지난달까지 SAA 상단을 웃돌았던 국내 주식 비중이 최근 조정을 거치며 다시 허용범위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초과 비중을 줄이기 위해 국내 주식을 서둘러 매도해야 할 부담도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다.
앞서 시장에서는 국민연금발 매도 물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상반기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 상단을 상당 폭 웃돈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비중 조정을 일정 기간 미뤄왔지만 해당 유예 조치가 지난달 말 끝나면서 이달부터 보유 주식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매도 가능 물량이 최대 74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염승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8일 종가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26.3%로 SAA 허용범위 내에 위치한다"며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 압력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연기금 매매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된다. 코스콤 CHECK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0일 유가증권시장(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 합산)에서 연기금 등은 2057억 원을 순매도했다.
리밸런싱 유예 종료 직후인 지난 1~3일에는 2158억 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낙폭이 커진 6~8일에도 989억 원 매도 우위를 이어갔지만 9일 735억 원에 이어 10일 355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누적으로는 여전히 매도 우위지만 9~10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면서 월초 집중됐던 매도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연기금 등' 통계에는 국민연금 외에도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각종 공제회 등의 거래가 함께 포함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운용 규모가 압도적인 만큼 시장에서는 해당 수급을 국민연금 리밸런싱의 영향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한다.
그러나 최근 연기금 수급 변화를 모두 국민연금의 비중 조정 부담 완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증시 급락 이후 낙폭 과대 종목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유입됐거나 9~10일 시장 반등이 수급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이 당장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줄여야 할 압박은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적극적인 매수 전환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기계적인 매도 부담이 줄었다는 의미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9~10일 증시 반등으로 국내 주식 평가액과 비중이 다시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후 시장 흐름에 따라 리밸런싱 여건은 다시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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