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잠잠해지나 했더니…미·이란 무력공방에 코스피 '살얼음판'

호르무즈 통제 놓고 보복 난타전…진정됐던 유가, 방향성 주목
美 고용·워시 발언 등 변수 주시…"실적주 유지 ·방어주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뒤로 미국과 이란 국기가 나란히 펼쳐진 모습. 2025.01.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주말 사이 이틀 연속 무력 공방을 벌이면서 롤러코스터 장세에 시달리던 국내 증시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재부상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직전주 후반 9052.42 대비 641.21포인트(7.08%) 하락한 8411.2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는 서킷 브레이커가 2차례, 사이드카가 3차례 발동됐다. 금리 인상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주 후반에는 빅테크와 하이퍼스케일러의 비용 부담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로 번지면서 지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가 급격한 변동성에 짓눌린 상황에서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까지 재개되며 시장 불안은 한층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종전 MOU 공식 서명 전후에도 미·이란 협상에 균열이 생길 때마다 국내 증시는 민감하게 흔들린 바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부터 이틀 연속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과 파나마 선적 유조선이 드론 공격을 받자, 미국은 이를 이란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이란 본토를 연이어 타격했다. 이에 이란도 27일 새벽 쿠웨이트와 바레인 내 미군 관련 시설을 공격하며 맞불을 놨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견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며 대규모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맞불 공격에 나선 이란은 "미군은 MOU를 명백히 위반했다. 약속을 어기는 것이 그들의 본성"이라며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일주일간 '평화 모드'를 반영하며 빠르게 안정됐던 국제유가가 다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제기된다. MOU 체결 이후 유가가 안정을 되찾으며 지난 26일 종가 기준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69달러선, 브렌트유 선물은 72달러선까지 내려온 바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관련 소식에 국제 유가가 WTI 기준 70달러를 상회하는 등 반등했고, 미 국채 금리도 반등했다"며 "미 시간 외 선물은 하락했고 한국 야간 선물도 미 증시 마감 직후 0.3% 내외 하락했지만, 관련 소식에 0.57% 하락으로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국내 증시에는 부담 요인이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유가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과 물가 상승 압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하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중동 불안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외국인 수급 불안을 자극하며 코스피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종별로는 항공·운송·화학 등 비용 민감 업종의 부담이 커진다.

이번 주에는 내달 1일 한국 6월 수출입 동향과 미국 ISM 제조업 지수, 2일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도 잇따라 예정돼 있다.

한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고용지표와 ISM 제조업지수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계감을 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내달 1일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신트라 포럼 패널토론에 참석하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발언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에 대해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고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반도체·성장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면서 시장 흔들림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국제 유가의 방향성 전환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적이 탄탄한 종목은 유지하되, 방어주 일부 편입도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