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개장 90분 전 '미래에셋 0주' 통보…도 지나친 '코리아 패싱'
미래에셋, 스페이스X 상장 당일 이메일로 통보받아
글로벌 기업공개 경험 부족…'협상력 제고 과제' 지적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스페이스X 공모주 '제로(0)' 사태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글로벌 주류 자본시장에서 '코리아 패싱' 실태를 보여준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스피의 비약적 성장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몸집이 커졌지만 글로벌 기업공개(IPO) 경험치와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밤 9시쯤 스페이스X 상장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배정된 공모주 물량이 없다'는 이메일 통보를 받았다. 이날 오후까지도 스페이스X 투자 설명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231만 4815주를 배정받는다는 내용이 기재됐지만 최종 배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12일 오후 10시 30분 미국 증시가 개장했고, 결국 국내 전문투자자 및 기관투자자에게 스페이스X 공모 물량은 이전되지 않았다. 지난 5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이미 5억 달러(약 7600억 원)의 청약 증거금을 받은 미래에셋증권 측은 발칵 뒤집힌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들의 공모주 배정이 끝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대외 신뢰도가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청약에 참여했지만 공모주 확보가 불발된 투자자들에게 자사가 확보한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이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돼 실행하진 못했다. 결국 13일 새벽 2시쯤 투자자들에게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한다고 안내했다.
같은 시각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패닉에 빠졌다. 이들은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확보한 스페이스X 공모주를 자사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하는 것을 전제로 ETF 상품을 출시해 판매까지 했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거짓말을 하는 셈이 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래에셋의 공모주 확보가 불발되자 13일 새벽 1시쯤부터 공모가(135달러)보다 높은 장중 시장가로 스페이스X를 담았다.
골드만삭스가 미래에셋증권에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 현지의 공모주 수요가 폭증하자 미래에셋의 물량을 돌려 다른 곳에 재배정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날 스페이스X 상장에 몰린 글로벌 기관 및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주문 규모는 약 3500억 달러로, 공모 금액(750억 달러)을 크게 뛰어넘을 정도로 경쟁이 심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모은 5억 달러는 너무 작은 규모라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이 없었다는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는 최종 물량 배정 권한이 있는 대표주관사인 만큼 형식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코리아 패싱'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공모주가 미배정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이유를 밝히라며 즉시 항의에 나섰지만, 골드만삭스 측은 아직도 묵묵부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기업공개(IPO) 협상력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미즈호증권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동일하게 231만 4815주가 배정될 예정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그보다 7배 넘는 물량이 배정됐다. 인수단에 참여한 투자은행 중 배정 물량이 '0'이 된 사례는 미래에셋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는 지나갔지만 조만간 엔트로픽·오픈AI 등 또다른 초대형 상장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며 "스페이스X처럼 배정 '제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글로벌 협상력 제고는 물론 미비한 국내 법 정비까지 총체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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