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전광판에 코스피 대신 태극전사…여의도 4000명 응원 물결
한투증권 맞은편 전광판 보이는 상권도 호황…"매출 20% 늘어"
한국금융지주 계열사는 생수와 아이스크림…"지역사회와 소통 확대"
- 손엄지 기자, 이상혁 수습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이상혁 수습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여의도 본사 사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시민들에게 열었다. 평소라면 주식 시세와 증권사 광고가 흘러나올 자리였지만 이날만큼은 푸른 잔디를 누리는 태극전사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축구 팬부터 셔츠 차림 직장인들까지 경찰 추산 약 4000여명의 인파가 한국투자증권 앞으로 모였다.
12일 한국투자증권은 여의도 본사 앞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거리응원 행사를 개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사옥 외벽의 초대형 전광판 'KIS SQUARE'(키스 스퀘어)를 경기 중계 화면으로 전환하고 대한민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1차전을 생중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행사를 위해 월드컵 중계권을 보유한 JTBC와 협력해 별도 송출 시스템을 구축했다. 평소 시황 정보와 광고가 노출되던 전광판 운영 시간을 통째로 내주며 여의도 한복판에 새로운 거리응원 문화를 만들었다.
여의도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규모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행사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시민들로 가득 찼다. 금융 중심지 여의도는 거대한 응원 광장으로 변신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응원전에 참여한 여의도 직장인 안기령(27)씨는 "회사에서 응원하는 시간을 줘 동료들과 거리응원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다른 증권사들도 강당과 건물 내 카페를 대관해 축구 중계를 볼 수 있도록 했지만 다른 증권사 직원들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 모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방계기업인 동원F&B와 함께 물과 아이스크림 등 최대 2000명 분량의 식음료를 준비했지만 경기 시작 전 대부분 소진되면서 일부 부스는 조기 운영 종료를 결정했다. 현장 수용 공간이 부족해 발길을 돌린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행사 규모도 급히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초 사옥 앞 도로 1개 차로만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몰리자 경찰·관계기관과 협조해 응원 구역을 추가로 확장했다. 행사 시작 직전에는 사실상 2개 차로 규모까지 응원 공간이 넓어지며 4000여 명의 인파를 수용했다.
친구들과 함께 거리응원을 찾은 대학생 박건우(20) 씨는 "광화문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여의도를 찾았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훨씬 많다"며 평소 증권가로만 생각하던 여의도의 변신에 놀라워했다.
광화문과 시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거리응원 문화에 외국인도 호응했다. 요르단 출신의 파티마(32) 씨는 "분위기가 훌륭할 것이라 생각돼 왔다"며 "이번 월드컵은 요르단의 첫 월드컵 진출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제2의 고향인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전문 보안업체와 임직원, 대학생 서포터즈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안전관리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행사 종료 후 도로와 주변 환경도 깨끗하게 정리해 주변 상권에 피해가 없도록 했다.
거리응원의 열기는 주변 상권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맞은편 식당가와 카페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손님들이 몰렸다. 특히 전광판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 좌석은 일찌감치 만석을 기록했다. 한 편의점은 응원 인파를 맞아 야외 가판대까지 설치해 운영했다.
점심시간 응원에 맞춰 편의점은 '무알콜 맥주'와 닭강정, 새우깡을 팔았다. 시민들은 편의점에서 산 무알콜 맥주를 들고 맞은편 전광판 중계 화면에 집중했다. 해당 편의점 직원은 "평소 같은 시간과 비교하면 손님이 20%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사들도 총동원했다. 동원F&B는 물과 아이스크림 등 식음료를 지원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별도 부스를 운영하며 ACE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를 알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단순한 거리응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축제 공간으로 꾸민 셈이다.
이날 경기는 한국의 2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오는 19일과 25일 예정된 조별리그 2·3차전 거리응원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이번 행사는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자리인 동시에 시민들이 함께 모여 즐기고 소통하는 여의도의 새로운 문화 공간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라며 "KIS SQUARE를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여의도의 대표 문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다양한 문화·공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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