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년] AI가 끌고 밸류업이 밀었다…1000% 급등주 11개 속출
AI 밸류체인 기업 수익률 상위권 포진…코스피 200% 상승 견인
'신뢰 회복' 상법 개정, 증시 뒷받침…변동성 대비 필요성 제기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 열풍과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맞물리며 유례없는 강세장을 연출했다. 코스피는 1년 만에 200% 넘게 급등했고, 같은 기간 1000%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11개에 달했다. 다만 최근 들어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과 시장 과열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승장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증시 부양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때마침 찾아온 AI 열풍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AI 서버와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고, 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기대치도 가파르게 높아졌다.
국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I 밸류체인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고, 관련 종목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관련 기업들이 수익률 1000%를 상회하는 기록을 세우며 코스피를 밀어 올렸다. 코스피는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2698.97에서 8476.15까지 5777.18포인트(p)(214.05%)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지난 6월 4일부터 5월 29일까지 상승률이 1000%를 상회한 종목은 총 11개로 집계됐다. 대부분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기판, 광통신,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선 광케이블·통신용 광섬유 제조 업체인 대한광통신이 3293.12%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콘덴서·필름·이차전지(2차전지) 부품사인 성호전자도 2842.73% 급등했다. 코넥스 시장에서는 방산 발전기 전문 기업인 썬테크가 1367.89%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피에선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조사인 삼성전기가 1660.76% 올랐고,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제조사인 대덕전자(1176.07%),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1024.34%), 반도체 팹리스 업체인 파두(1009.9%)도 상승했다.
운때만 잘 맞은 게 아니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속도감 있게 추진된 상법 개정은 만성적인 저평가와 지배구조 불신에 시달리던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며 주주권 강화의 출발을 알린 1차 개정,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해 대주주 견제 장치를 강화한 2차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주주환원을 확대한 3차 개정이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 기대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기조와 발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77.4%를 차지할 만큼 늘어났고, 공시 기업 위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269.75% 오르며 증시 상승에 발을 맞췄다. 한국거래소(KRX) 지수 중 반도체 등 AI 밸류체인 기업들이 속한 지수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1년간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향후 확대될 수 있는 시장 변동성에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고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9월부터 둔화할 수 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 증가율도 3분기부터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냈다. 중동 전쟁 등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유력해졌고, 이에 따른 증시 조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흐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주가에는 밸류업 정책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는 만큼 정책 동력이 약해질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단기적인 증시 부양보다 시장 신뢰 유지를 통한 장기 투자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영곤 토스증권 센터장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기적인 증시 부양보다 시장 체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은 결국 기업 이익과 경제 성장률을 반영하는 만큼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 방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고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이 공정한 시장이라고 믿을 때 장기 자금이 유입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증시 과열에 따른 투자자 보호 역시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27일 기준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공여 잔고는 36조 69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향후 증시 조정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의 증시 활성화 및 구조개혁 노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기대가 시장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는 필연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데 과열 국면 이후 나타나는 하락은 낙폭이 더 커질 수 있고 투자자 피해도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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