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AI 국민배당' 김용범이 던진 화두 피할 일 아니다

AI 시대 이윤 '빚잔치' '성과급 잔치'로 소진하는 건 '하책'
막대한 초과 세수, 국가 발전의 튼실한 종잣돈으로 사용해야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6.5.13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공지능(AI) 국민배당' 논란이 뜨겁다. 8000자가 넘는 그의 글을 단순히 삼성전자(005930)나 SK하이닉스(000660)의 이익을 뺏어 나누자는 식의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통찰이 무겁다. AI 시대가 가져올 유례없는 '막대한 부'를 공동체가 어떻게 설계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법인세로 내는 돈이 15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기업이 벌어들일 영업이익이 600조 원이 넘는다는 가정에서다. 내년에는 800조, 2028년에는 1000조를 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연히 법인세는 더 늘어나고 국가적으로 보면 예상치 못한 수백조 원의 보너스(세금)가 생긴다. SK하이닉스 직원과 비슷한 셈이다.

김 실장은 과거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 때 나라가 거둬들인 초과 세수가 아무런 사회적 원칙 없이 소진된 점을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천재일우의 역사적 기회를 허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나랏빚을 갚는 데만 이 돈을 쓰기에는 AI 주도권 전쟁이 치열한 지금의 골든타임이 너무 아깝다.

이 이윤에 따른 초과 세수를 분배하자는 주장에는 명확한 전제가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정상에 선 것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민적 수용력, 그리고 높아진 국가적 위상이 그 바탕이 됐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사회 전체가 함께 일궈낸 '공동 자산'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에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는 것도 비슷한 관점일 거다. 지금의 이윤이 그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찝찝함'이 있다. 만약 이 거대한 이윤이 특정 기업 임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쓰인다면 미래를 위한 재투자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재원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야 할 '사회적 몫'은 줄어들게 된다.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을 청년 창업 자산, 예술인 지원, AI 시대 전환 교육 등으로 쓸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그가 던진 화두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AI 초과이윤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없다면 이 막대한 돈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에 의해 뿔뿔이 흩어질 거다.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고민해 답할 문제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