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장 놓칠 수 없다"…퇴직연금도 주식형으로 '머니무브'

원리금비보장 비중 3년 새 1.8배 급증
'위험자산 70%' 우회한 채권혼합 흥행…"한도 규제 풀어야"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증시 호황에 안전자산 일색이던 퇴직연금에 주식형 상품을 담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위험자산 한도 70%를 다 채운 뒤에도 채권혼합형 ETF를 담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패턴도 등장했다.

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가 운용하는 전체 적립금 중 원리금비보장상품 비중은 1분기 기준 지난해 7.21%(15조 1460억 원)에서 올해 8.57%(19조 88억 원)로 늘었다. 3년 전인 2023년 1분기 4.73%(8조 9499억 원)와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증시가 호황을 거듭하면서 퇴직연금 자금도 예금,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서 ETF와 주식형 펀드 같은 주식형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계좌는 예금과 채권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인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 ETF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자산'인 원리금비보장상품으로 꾸려진다.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은 수익률만큼이나 투자 안정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원리금비보장상품을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게 제한한다.

유형별로 구분해도 최근 퇴직연금 시장은 운용성과에 따라 수령액이 변동하는 DC형과 IRP형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회사가 원금보장형 위주로 운용하는 DB형 비중은 2017년 66%에서 지난해 46%로 10년 사이 급감했다.

증시로의 '머니무브'를 넘어 위험자산 비중 한도의 틈새를 노린 채권혼합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퇴직연금투자백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이른바 '퇴직연금 고수'들은 주식형 상품을 70.1%, 혼합채권형을 9.0%로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채권형 상품이 두번째로 높다는 것은 위험자산 투자한도 70% 한도를 우회하면서 주식형 투자비중을 최대한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채권혼합형 상품은 안전자산인 채권에 주식을 섞는 분산형 상품이다. 이를 안전자산 몫으로 편입할 경우 위험자산 투자 한도인 70%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주식형 상품을 담을 수 있어 투자 한도 제한을 우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행하고 있다.

최근 흥행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형50' ETF 역시 이를 노린 상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5%씩 투자하고, 나머지 50%는 국고채 등 안전자산에 배분하는 구조로, 이 상품으로 안전자산 30% 몫을 모두 채운다면 전체 연금계좌 적립금의 85%까지 주식형 상품으로 채울 수 있는 셈이다. ETF체크에 따르면 KB·삼성·키움 3사의 동종 상품 순자산 총액은 2조 903억 원에 달한다.

퇴직연금에서도 주식형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운용업계에서는 위험자산 비중 70%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퇴직연금 자산 대부분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있어 수익률이 2%대에 머무는 만큼, 실질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금융당국도 고용노동부와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 비중 완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00조원 수준의 적립금을 쌓은 퇴직연금에서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자산 비중이 높지만 매년 비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운용 성과에 따라 수령액이 변동되는 DC형과 IRP형의 비중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적극적으로 알파를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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