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삼전닉스' 사고 싶다…이틀만에 5000억 몰린 이유는

미래·삼성운용 'MSCI 코리아 TR' ETF에 외국인들 뭉칫돈
美서도 '삼전닉스' 비중 절반 ETF에 3주 동안 2조원 모여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4.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1분기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자 두 기업 비중이 높으면서 'MSCI 코리아 지수'에 기반한 상장지수펀드(ETF)에 외국인들의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반도체주의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참고하는 MSCI 지수를 반영해 안정성까지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26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지난 22일 외국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MSCI 코리아 TR' ETF를 4337억 원 순매수했다. 하루 전인 21일에도 764억 원을 순매수하며 이틀 합산 5101억 원 순매수했다.

해당 상품은 국내 중대형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외국인 거래는 통상 하루에 수천만 원 정도만 이뤄지던 상품인데, 이틀 동안 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단숨에 유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ETF는 4월은 물론, 올해 들어(1월 1일~4월 24일) 외국인 순매수액이 가장 많은 상품이 됐다. 범위를 2025년까지로 넓혀도 이날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외국인 순매수액이 6957억 원으로 전체 ETF 중 1위다.

같은 구조의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MSCI 코리아 TR' ETF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 지난 9일 외국인은 해당 ETF를 912억 원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타이거 MSCI 코리아 TR' ETF에 이어 올해 4월 기준 외국인 순매수액 2위에 올랐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 및 최근 상법 개정으로 한국 시장 전반에 대한 호재가 커진 상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이 높으면서도 자동차·금융·방산 등 국내 핵심 산업에 분산투자하려는 외국인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상승장의 수익을 확보하면서도 개별 종목의 변동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서다.

'타이거 MSCI 코리아 TR' ETF의 경우 24일 기준 △삼성전자 33.2% △SK하이닉스 20.88% △삼성전자우 3.97% △SK스퀘어 2.09%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주 비중이 60.14%에 달한다. '코덱스 MSCI 코리아 TR' ETF도 두 기업의 비중이 60.38%로, '삼전닉스' 비중이 50~55%인 다른 지수 추종 ETF보다 높은 편이다.

외국인에게 공신력이 있는 'MSCI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 인덱스' ETF 역시 202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22주 연속 자금이 유입 중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MSCI 코리아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배당금이 자동으로 재투자되는 '토탈리턴(TR)' 방식인 점도 장기투자를 원하는 외국인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해석된다. 상승장에서 배당금을 재투자할 경우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지수 상승분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삼전닉스'를 담으려는 외국인을 노린 ETF가 흥행 중이다. 지난 2일 미국에서 출시된 '라운드힐 메모리 ETF'의 경우 이날까지 약 3주 만에 13억 달러(약 1조 9248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한 달도 안 돼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온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해당 ETF의 구성 종목은 △SK하이닉스 25% △삼성전자 24% △마이크론 24% 등으로 '삼전닉스' 비중이 절반이나 된다. 시장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한국 증시에만 상장돼 그동안 직접 투자가 다소 제한적이었던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를 파고든 것으로 해석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이든 개인이든 외국인 중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단타를 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담을 수 있는 ETF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삼전닉스 비중이 높으면서도 개별 종목이 아닌 안정성이 있는 펀드를 선택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