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저평가라는데"…PER·PBR이란? [손엄지의 주식살롱]
PER은 수익성 중심·PBR은 자산 중심 평가 지표
반도체는 PER보다 PBR 선호…절대적 기준은 없어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투자보고서를 보면 "12개월 선행 PER이 낮다", "PBR 기준 저평가 구간"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초보 개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지표들은 사실 기업의 '몸값'(주가)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입니다.
PER은 Price Earnings Ratio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주가수익비율입니다.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 회사가 지금처럼 돈을 벌 때, 현재의 몸값만큼 수익을 내는 데 몇 년이 걸리는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억 원이고 연간 순이익이 10억 원이라면 PER은 10배가 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가총액은 약 1263조 원이지만 올해 예상되는 순이익이 244조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PER은 약 5배 정도인 셈입니다.
통상 시장에서는 PER 10배를 기준으로 그보다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라고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지금은 10억 원을 벌지만 5년 뒤 100억 원을 벌 회사라면 PER 30배도 비싸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이익이 정점이라 앞으로 실적이 줄어들 회사라면 PER 5배도 싼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제약·바이오나 플랫폼, 인공지능(AI) 성장주의 PER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보다 미래 이익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PER이 낮더라도 향후 수익성이 정체될 것이라 본다면 시장은 낮은 평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PBR은 Price Book-value Ratio의 약자로, 주가순자산비율입니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총자산-총부채)으로 나눈 값입니다. 회사가 가진 공장, 현금, 토지, 설비, 투자자산 등 장부가치 대비 시장이 얼마의 가격을 매기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PBR이 1배라면 기업의 시가총액과 순자산이 같다는 뜻입니다. 1배 미만이면 자산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상태이고, 1배 이상이면 자산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고 해석합니다.
예컨대 순자산이 10억 원인 회사를 누군가 20억 원에 사겠다고 하면 PBR은 2배입니다. 단순히 자산만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기술력, 미래 성장성, 시장 지배력까지 함께 사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우량 기업들은 PBR 2배, 3배 이상에서도 거래됩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고 보유 자산 규모도 큽니다. 실적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완만합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볼 때 PBR을 더 중요하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업황이 좋을 때 이익이 급증하고, 나쁠 때는 실적이 급감하는 전형적인 경기민감 업종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PBR보다 PER과 실적 사이클을 함께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반도체와 같은 사이클 산업은 PER 해석이 어렵습니다. 이익이 최고점일 때 PER은 오히려 가장 낮아 보입니다. 분모인 순이익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점이 업황의 정점이라면, 낮은 PER이 곧 저평가를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번 반도체 호황은 과거 PC·모바일 시대와 다르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AI 서버 투자 확대,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경쟁,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등으로 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높은 PER·PBR도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PER 10배 이하면 무조건 싸다", "PBR 1배 넘으면 비싸다" 같은 절대 공식은 없습니다. 숫자는 판단을 돕는 도구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같은 PER 20배라도 누군가에겐 비싸고, 누군가에겐 미래를 사는 가격일 수 있습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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