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 반도체 투심에 찬물…삼전닉스 '실적발표'로 돌파

전날 13%, 10% 급등한 삼전닉스…7%, 8% 급락
트럼프 예고한 2~3주, 기업 실적 시즌과 맞물려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상황 관련 대국민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2026.4.2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타격을 2~3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종전 기대감으로 살아났던 반도체 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시점과 맞물리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 발표 시즌이 투심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만4200원(7.49%) 하락한 17만 5400원에 거래 중이다. SK하이닉스도 7만 4000원(8.29%) 하락한 81만 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 초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상승 출발했지만, 오전 10시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직후 급락해 약세로 전환,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동 전쟁의 종전 기대감이 확산하며 전날(1일) 각각 13.40%, 10.66% 급등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향후 2~3주간 이란에 대한 집중 타격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다시 고조된 영향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전까지 글로벌 반도체 투심은 살아나는 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종료 시점과 관련해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상당히 빨리 나갈 것이다"라면서 종전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이에 1일 뉴욕 증시에서도 미국 최대 D램 업체 마이크론은 8.94%, 미국 최대 낸드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는 9.03%, 샌디스크의 모회사 웨스터 디지털은 10.07% 각각 폭등했다.

메모리 기업뿐 아니라 인텔(8.84%), 엔비디아(0.75%), AMD(3.33%), 마벨(7.73%), ARM(2.51%)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그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82% 급등한 7802.31 포인트를 기록했다.

'터보퀀트' 충격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가라앉고 있었다. 구글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임시 기억장치인 'KV 캐시'를 3비트 수준으로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6배가량 줄이는 기술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으로 급증하던 메모리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관련 대국민 연설 생중계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 하락 전환했다. 2026.4.2 ⓒ 뉴스1 구윤성 기자

하지만 이런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구글 터보퀀트와 같은 AI 효율화 기술은 AI 추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연산량증가와 메모리 탑재량 확대를 유도하며 전체 AI 수요 증가를 가속할 전망"이라며 "이는 1860년대 증기기관 효율 개선 이후 석탄 수요가 오히려 증가했던 사례, 1990년대 인터넷 도입 이후 종이 사용량 급증 사례와 유사하게 효율 개선이 오히려 수요를 확대시키는 리바운드 효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반도체 업종의 반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2~3주 후 실제 종전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즌과도 맞물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오는 1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달 말 확정실적을 공개한다.

AI 반도체 수요를 결정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이달 말~다음 달 초 연달아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기업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 실적과 전망치를 제시할 경우 종전 흐름과 맞물려 상승 동력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조 4681억 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1조 1761억 원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계약 가격은 현물 가격과 무관하게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며 "지금은 QoQ, YoY 성장률이 아니라 D램 가격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의 이익 레벨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