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유가 급등에 증시 향방 '출렁'…지수 5000 지지 '코스피 체력' 시험대

유가 폭등에 사상 9번째 서킷브레이커 발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 속 "전쟁 리스크 선제 반영" 분석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중동 사태 심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향후 우리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란 충돌의 양상과 장기화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가 급등에 대처하는 주요국의 조치와 실적이 탄탄한 코스피의 체력은 시장 변동성을 이겨낼 요인으로 꼽힌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33p(-5.96%) 하락한 5251.87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장중에는 8% 넘게 급락해 지난 4일 이후 3거래일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기도 했다. 한 달에 2번이나 발동된 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급락은 미국-이란 갈등으로 인한 유가 폭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유조선 운항이 중단되고 저장시설 공간이 바닥나 쿠웨이트 등 산유국들이 감산에 돌입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한때 30% 폭등한 11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6일 미국 노동통계국의 예상 밖 고용 쇼크 발표도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이날 주가 급락의 대부분 원인은 전쟁이 만들어 낸 유가 폭등이라는 점에서 향후 유가의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당시에도 주식 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킨 트리거는 유가 폭등세의 진정이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케슘 섬의 모습. 2023.12.10. ⓒ 로이터=뉴스1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지금보다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거부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신임 최고 지도자로 선출하며 미국과 전면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WTI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오라클이 텍사스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의 하락 폭이 뚜렷한 점도 향후 코스피 지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9일 기준 한국거래소(KRX) 반도체 지수의 시가총액 규모는 1727조 7594억 원으로, 코스피·코스닥 전체 시총(4938조 1420억 원)의 35%에 해당한다.

다만 이날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코스피의 추가 낙폭이 제한됐다는 점은 향후 유가 등 외부 충격에도 지수가 버티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긍정적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코스피는 3월 들어 고점 대비 약 20% 급락했지만, 이달 들어서만 서킷브레이커를 두 번이나 경험하는 과정에서 미국-이란 전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5096.16까지 급락했지만 이후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5251.87까지 회복하며 장을 마치기도 했다.

한 연구원은 "지금 투자 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만큼 추가 패닉 셀링으로 일시적으로 5000선을 내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시점에서 중동 사태가 워스트 시나리오로 전개되지 않는 한 5000선 초반부터 하방 지지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