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다음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 기대·우려 '공존
거래소 지주사 전환 및 코스닥 자회사 분리…역동성 제고
노조 "코스닥 부실화" 반대…부산 본점 소재지 논란 되풀이 우려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며 코스피 5000 달성의 기반을 마련한 정부와 여당이 다음 과제로 한국거래소(KRX)의 지주회사 전환과 코스닥 법인 분리를 골자로 하는 거래소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년 전 정치적 논쟁 끝에 무산됐던 '거래소 구조개편' 카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자본시장의 질적 도약에 대한 기대와 시장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모두 나온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 본부를 자회사로 분리해 독립적인 운영권 부여를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제안이유에 대해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코스닥이 코스피와 구분되는 독립적 운영체계를 갖추고 시장 특성에 맞는 상장·감시·퇴출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시장감시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시장감시법인의 설립 근거를 마련해 감시 기능의 독립성과 신뢰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공론화한 청와대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는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거래소 개혁을 포함한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이 스스로 상장 및 퇴출 기준을 설계하게 함으로써 미국 나스닥(NASDAQ)과 같은 역동적인 기술 특화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 거래소가 지주사 전환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데이터 비즈니스와 인덱스 사업 등 미래 인프라에 투자해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반발이 나온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지난 10일부터 여의도 사옥 로비에 근조화환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노조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지점은 '코스닥 시장의 부실화'다. 코스닥이 지주사의 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수익성을 쫓은 무분별한 상장 남발로 제2의 ‘닷컴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코스닥 시장에서 부실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 개인 투자자 보호가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취업 규칙에 불이익을 주는 개정 사항은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전부 받아야 하는데 아직 구성원들의 어떤 의견 수렴도 없었다"며 "자회사로 분리되면 임원 자리가 늘어나는데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거래소 본점이 위치한 부산 지역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앞서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시도는 지난 2015년에도 추진됐으나 당시 본점을 부산으로 명시할지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격화하며 무산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에 대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던 역대 정부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코스닥 분리도 용납할 수 없지만, 부산 금융 생태계의 중심인 KRX의 지주회사 전환은 본점 소재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핵심 기능이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 있어 부산의 금융 위상을 빈껍데기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과거 논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본점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기보다는 기능별 분리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 개편이라는 외형적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부실 기업을 걸러내는 실제적인 집행 의지"라며 "정부가 노조와 지역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구체적인 거버넌스 로드맵과 상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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