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논란에 발 묶인 금융위…STO 거래소 예비인가 표류

공정위 "출자 승인 전에만 공정위에 심사 요청하면 돼"
금융위, 3곳 모두 승인 vs 기존대로 2곳만 승인 '고심'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토큰증권(STO) 제도화 후 유통을 맡을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금융위원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비인가 결정을 두고 2주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끌고 있어서다.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7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신청'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증선위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지만 한국거래소(KR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년간 혁신금융서비스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해온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심사에서 탈락하며 각종 특혜 논란이 나왔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의 최대주주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규율 대상에 해당한다"며 "금산법 제24조에 따라 금융위가 출자를 승인하기 전에 공정위에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요청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당국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서 루센트블록은 금융위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다만 공정위의 공식 입장은 금융위의 설명과 같다. 예비인가 단계가 아니라 출자 승인 단계 이전에 공정위 심사를 요청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예비인가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자 이례적으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당초 지난달 1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정이 보류됐고, 이후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오는 11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예비인가 결정은 세 번이나 연기된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고심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루센트블록을 포함해 3곳 모두에 예비인가를 내주는 방안도 한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경우 기존에 '2개 사업자만 인가한다'고 밝혔던 정책 기조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 두 곳만 예비인가를 부여할 경우, 4년간 혁신금융서비스로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해온 스타트업을 배제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혁신금융을 내세운 STO 제도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정치권 변수까지 더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인허가 절차는 의심도 많고 걱정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투명하게, 공정하게,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금융위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STO 제도화 일정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비인가가 늦어질수록 제도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운다"며 "금융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11일 정례회의에서는 방향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