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쇼크'에 코스피 5% 급락…센터장들 "워시 지명은 명분, 단기 조정"

"코스피 급등 이후 피로도 해소 국면…추세전환은 아냐"
"펀더멘탈 변화 없어…개인, 분할 매수·현금 관리해야"

2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4.69p(5.26%) 하락한 4949.67, 코스닥은 51.08p(4.44%) 내린 1098.36에 마감했다. 2026.2.2/뉴스1 ⓒ News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손엄지 박승희 문혜원 기자 = 코스피가 하루 만에 5% 넘게 빠졌다.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외국인과 기관은 동시에 '매도 버튼'을 눌렀다. 시장에서는 '워시 쇼크'라고 불렀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미래에셋·NH·메리츠·하나·대신·신영·LS)들의 평가는 달랐다. 이번 급락을 추세 전환의 신호로 보기보다, 단기 급등 이후 쌓였던 '과열과 쏠림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봤다. 연준 의장 변수는 명분이었고, 조정의 에너지는 이미 시장 안에 누적돼 있었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코스피 지수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의 기초체력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주가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5% 급락 코스피…"급등에 따른 예고된 조정"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26% 하락한 4949.67로 거래를 마쳤다. 5000선이 무너지면서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걸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17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달러 강세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금·은은 물론 가상자산까지 급락하면서 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경계 심리가 확산됐다.

특히 워시 지명자의 매파적 성향이 대차대조표 축소(QT) 우려를 자극하며 금·은 등 원자재 가격 폭락을 이끌었다. 워시 지명자는 과거 '자산 매입 중단이 선행돼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시장은 이를 '유동성 공급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로 인식했다.

이에 대해 신중호 LS증권 센터장은 "연준 의장 지명 이후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고, 과거 발언을 근거로 대차대조표 축소 우려가 재부각됐다"며 "유동성 확대 수혜 자산인 금·은·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커지며 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센터장은 "1월 한 달 동안 코스피·코스닥이 20%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조정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며 "워시의 매파적 성향과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품 시장과 주식 시장을 동시에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한국 증시는 조정 없이 빠르게 올라왔던 만큼 되돌림도 강하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미국발 변동성이 전이된 가운데, 높은 상승폭이 조정 강도를 키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에 불이 밝혀져 있다. 2025.12.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반도체 사이클 안 끝났다…조정은 피로도 낮추는 과정"

증시의 추세 하락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실적과 산업 사이클 등 시장의 기초체력이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되고 있고, 실적 컨센서스도 상향되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연준 의장 지명은 하나의 명분일 뿐, 본질은 유동성 환경에 예민한 자산들의 쏠림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며 "과도했던 포지션이 정리되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이익 실현을 통해 피로도를 낮추는 과정"이라며 "반도체 이익 전망이 계속 상향되고 있어 기초체력은 여전히 괜찮다"고 진단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센터장 역시 "AI 사이클이 여전하고,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정상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추세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의 밸류업 의지가 확고하고 상법 개정 등 제도적 변화가 뒷받침되고 있어, 단기 충격 이후 외국인의 재진입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통화정책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워시 지명자가 연준 의장이 되더라도 금리 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워시 역시 시장 친화적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라간 폭에 비하면 이번 하락은 조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조선, 원전 등 기존 주도 섹터의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낙관적인 뷰를 유지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개인투자자, 서두르지 말고 분할·현금 관리"

개인투자자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지금은 속도 조절'이 공통된 조언이었다. 저가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지만, 바닥을 찍은 뒤 사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신중호 센터장은 "개인 순매수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너무 서둘러 진입할 필요는 없다"며 "가격 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센터장도 "변동성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 현금을 일부 보유하며 매수 시기를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작정 '낙폭 과대주'를 잡기보다는 시장이 진정되는 것을 확인한 후 들어가는 '확인 매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양지환 센터장은 "현금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분할 매수는 가능하다"며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반도체 등 주도 업종은 추가 조정 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승택 센터장은 "가파른 상승이 있었던 만큼 넘어야 할 허들"이라며 "지금은 시장과 투자자 모두 호흡을 고르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