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책·반도체·수급 '척척'…코스피5000 만든 '삼박자'[꿈의 오천피]②

주주보호·불공정 엄단 정책 '토대'…반도체 실적 개선으로 '날개'
외인·기관 수급 바통에 랠리한 코스피…개인 ETF 자금도 뒷받침

한국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5000' 쾌거를 달성한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장중 최고가가 찍힌 전광판을 배경으로 코스피 5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2026.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코스피가 꿈의 숫자로 여겨지던 '오천피'(5000포인트)에 마침내 도달했다. 이번 오천피 달성은 정책·기업 실적·수급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장 초반 5019.54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27일 4000선을 처음 돌파한 지 불과 3개월 만의 기록이다.

오천피 토대 만든 李 정책…상법 개정해 주주 보호, 불공정 거래는 '아웃'

오천피가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건 정책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증시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 제도 개편을 전방위로 추진해왔다.

우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대표 원인으로 지목돼온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훼손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두 차례 상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고,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이뤄냈다. 최근엔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도 적극 추진 중이다.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주가조작·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명확히 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협력의 불공정 거래 합동 대응 체계도 구축·확대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법제화 추진과 증시 부양 의지가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며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의 견조한 매수세가 수급 측면에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AI 수혜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등장…반도체주가 불붙인 코스피 랠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개선은 코스피의 본격적인 상승 랠리에 불을 붙였다. 전세계적인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국내 대형 반도체주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지수 상승이 가속화됐다.

국내 반도체 대표주자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9월~10월 두 달간 각각 54.23%, 107.81% 올랐다. 시가총액 1·2위인 두 종목 랠리에 이 기간 코스피도 4000선을 처음 넘었다.

당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 계획이 구체화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D램(DRAM)과 낸드(NAND) 가격 급등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극대화됐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8.52%, SK하이닉스는 11.52% 오르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도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원을 넘어 최대 25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은 국내 증시 내 2026년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가장 높은 섹터로 주도주 역할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도 서버 중심의 메모리 호조를 전망한다"고 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연초 외인 3.4조→기관 2.5조 '수급 바통 터치'…개인 ETF 자금 '뒷받침'

증권가에서는 연초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번갈아 순매수에 나서며 코스피 5000선 돌파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도 증시를 받쳤다.

외국인은 지난 11월 코스피를 순매도했으나, 12월 4조 1480억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에 복귀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센터장은 "외국인 순매수 전환으로 '셀 코리아'에 대한 불안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펀더멘털에 주목하며 연초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달 7일까지 3조 4473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다만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와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외국인은 순매도로 전환, 수급의 바통은 기관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기관은 8일부터 이날까지 2조 5323억 원 순매수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센터장은 주역을 외국인, 조연을 기관으로 꼽았다. 그는 "반도체·자동차 급등 과정에서 외국인이 대량 유입됐고, 현재 차익 매물이 출회되고 있으나 순환매 장세를 주도 중"이라며 "기관은 선택과 집중으로 업종별 등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도 증시의 주요 수급이라고 증권가는 판단했다. 올해 개인은 5조 3918억 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개인 자금 유입은 꾸준하단 것이다.

매월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ETF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ETF 규모는 가파르게 확대된 바 있다. 지난 2023년 6월 100조 원이던 ETF 순자산 총액은 약 2년 반 만인 지난 5일 300조 원을 돌파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올해 최대 순매수 주체는 기관 등이지만, 개인의 ETF 순매수가 기여한 바가 크다"며 "추후 환류투자계좌(RIA) 세제를 통한 국내 복귀 자금도 대형주와 지수형 ETF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