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스피 5000, 숫자보다 중요한 질문들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출입 기자로서 코스피 5000포인트는 늘 넘지 못할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현대차보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외치던 '서학개미'에게 국장으로 돌아오라고 쓰는 일은 늘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선택이 변심이 아니라, 시장의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합리적 판단이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붙잡을 명분도 부족했고, 저 스스로도 국장에 무력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코스피 5000 돌파는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낯설기만 합니다. 반가움보다 덜컥 겁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꿈이라면 꼭 깨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본시장 출입을 하며 수없이 상승과 하락을 지켜봤지만, 저 역시 마음 한편에서는 늘 이런 날을 기다려왔기 때문입니다. 숫자로만 존재하던 '오천피'가 현실이 되는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본 것은 자본시장 출입 기자로서도 엄청난 행운이자, 자랑거리입니다.
그러나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에 환호하기 전에 한 번쯤은 이 숫자가 던지는 질문을 차분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이 그에 걸맞은 신뢰와 평가를 받을 준비가 됐는지를 묻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에는 여전히 여러 물음이 떠돕니다. '코스피가 다시 예전처럼 급락하지는 않을까',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은 계속될까', '지수는 더 오를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환호의 이면에는 기대만큼이나 많은 의구심이 함께 따라붙습니다.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본질은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과연 5000이라는 숫자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체질을 갖췄는가."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숫자는 변덕스럽고, 낙관은 언제든 실망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대를 거는 이유는 단순한 희망 회로가 아니라, 시장 깊숙한 곳에서 감지되는 균열과 변화를 목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규모'보다 '효율'을 따지는 시선이 커졌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기업의 속도는 다르지만, 한때 공허한 구호에 그쳤던 밸류업 논의 역시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질문을 외면하던 시장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돌이켜보면 코스피 5000은 도착지가 아니라, 검증의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이 숫자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은 단기적인 기대감이나 낙관이 아니라, 결국 실적과 제도의 축적에서 나옵니다.
강세장이 끝나고, 조정장이 찾아왔을 때 기업과 투자자, 정책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가능해지는 순간이야말로, 코스피 5000이 숫자를 넘어 의미가 되는 시점일 것입니다.
저는 5000이라는 이 숫자가 거품이 아닌 실체로 증명될 때까지, 전인미답의 길을 묵묵히 기록하며 응원하겠습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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