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피 유입은 이제 시작 단계…정책적 일관성이 중요"

[선진 증시를 가다]⑦ 홍콩에서 바라보는 코스피 시장
"코스피, 올들어 인지도 확산…증시 개선 기조 지속돼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장중 4000선을 돌파한 지난 10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5.10.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홍콩=뉴스1) 한유주 기자 = 올해 코스피를 '사천피'까지 끌어올린 주역은 외국인 투자자다.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기업 밸류업과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한국 시장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었다.

다만 연말 들어 순매수 흐름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순매수 흐름을 보이던 외국인 투자자는 11월 들어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12월 들어 다시 순매수로 방향을 바꿨지만,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환율은 복병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한국 증시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관심이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일관성이 꾸준히 뒤따라야 한다고 봤다.

"외국인 코스피 유입, 이제 시작 단계"

지난 11~12일 홍콩에서 만난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유입이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제외하곤 인지도가 거의 미미했던 수준에서, 조선·방산·제약·바이오 등 '히든카드'가 부각되며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지연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상무는 "올해 상승장까지는 기존에 일본 시장에 대한 학습 경험이 있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제야 코스피 시장을 인지하고 스터디하려는 움직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시는 일본, 홍콩, 중국에는 비할 수 없는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된다. 대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정치적 입김에 흔들리기 쉬운 시장 구조는 코스피 시장의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올들어 상법 개정을 필두로 한 정부의 증시 지원책이 잇따르며 '투자할 만한 시장'으로 인지도를 굳히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확장적인 유동성 환경에 무역 전쟁에서 비롯된 비미국(Non-US) 시장에 대한 관심도 코스피 역대급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 마감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전장보다 8.70포인트(0.21%) 하락한 4,108.62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정부의 환율 대책과 당국의 구두 개입에 30원 넘게 급락했다. 2025.12.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흔들리기 쉬운 증시 환경 '정책적 일관성' 유지돼야"

연말 들어 잦아든 외국인 유입세는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증시를 둘러싼 환경도 그리 좋지 않다. 연말 들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약해진 데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환율도 복병이다. 24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3원 오른 1484.9원에 출발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종가 기준 30원 이상 떨어지며 약 한 달 만에 1440원 대로 마감했지만, 구조적 원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구조적인 외국인 유입과 코스피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정책적 지속성'이 필수적이란 조언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내자 다음날 코스피가 4% 가까이 급락한 것처럼, 증시 부양책에 대한 신뢰가 꺾이는 순간 급격히 흔들릴 수 있는 시장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기 NH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현지 투자자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보호, 공시 투명성 등 정부가 발표하는 제도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제도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외국인 자본이 더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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