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외환시장 공룡' 국민연금 우려 커…서학개미에는 공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해외투자 상품 점검에 대해 '서학개미' 규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해외투자가 급증한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공룡' 수준이라며 구조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외투자와 관련해 직접 규제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사들이 해외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환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는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관행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감원에 '해외투자 적절성' 검토를 주문한 것과 관련해 일부에선 서학개미 투자를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는 젊은 세대의 자산형성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을 키웠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해외주식 투자자는 20~30대보다 40~50대가 오히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특정 세대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청년들이 오죽하면 해외로 해외 투자를 하겠느냐 관해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와 환 헤지 논란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 원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연못 속 고래'라고 해서 해외로 가야 한다고 한 건데 이제는 외환시장에서 공룡이 돼버렸다"며 "국민연금의 환 헤지·언헤지 전략이 시장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정책당국 사이에 공유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투자를 확대해야 하느냐 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시장 결정에 연금이 사실상 주류가 돼버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점"이라며 "환율이 흔들릴 때 자산 양극화가 커지고 국민 실질급여가 디스카운트되는데 이 위기에 결과적으로 연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할 시점까지 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외환 익스포저가 큰 일부 금융사의 건전성 점검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일부 기업은 환차익을 보는 곳도 있다"며 "현재로선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정도의 특이한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