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하락은 매수기회"…8000억원 산 서학개미 운명은[서학망원경]
8% 내리는 동안 대거 순매수…필라델피아 지수 3배 ETF도 '줍줍'
AI버블 터질까, 돌파구 나올까…오늘 실적 따라 '변동성 주의보'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약 8% 하락한 동안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는 8000억 원 넘는 금액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거품론이 제기된 변동성 국면을 되레 '저가 매수' 기회로 해석하며 반등에 베팅한 것이다.
전 세계가 이날 예정된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결과 해석에 따라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18일까지(10월 30일~11월 14일 거래분)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5억 5093만 달러(807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내리막을 타는 와중에도 매수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207.04달러)를 찍은 엔비디아는 이달 14일까지 8.15% 떨어졌고, 18일로 범위를 넓히면 낙폭을 12.40%까지 확대했다.
주가 조정은 사상 최고가 직후 불거진 고평가 논란과 AI 버블 우려에서 비롯됐다. 연방준비제도의 잇따른 매파적(긴축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고성장 기술주의 할인율이 높아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영화 '빅 쇼트' 실존 인물로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 하락에 베팅하고,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이자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헤지펀드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버블 우려 진화에 나섰지만 크게 효과를 거두진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그는 최신 아키텍처 '블랙웰'을 적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견조함을 강조했고, 올해와 2026년을 합쳐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칩 주문을 받았단 점도 밝혔다.
그럼에도 서학개미들은 AI 버블 우려로 촉발된 기술주 조정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도 5억 6348만달러어치 사들였다. 해당 지수는 이 기간 7.05% 하락했다.
시장의 시선은 한국 시간 이날 오전 6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로 쏠려 있다. 이번 실적 발표는 단순한 기업 실적을 넘어 AI 생태계 밸류에이션의 적정성을 가늠할 선행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정적 시장 분위기를 뒤집을 분기점은 엔비디아 실적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이번 실적에서는 컨센서스 상회 여부뿐 아니라 매출총이익률(GPM) 개선, 중국향 H20 수출금지 영향 상쇄 여부 등 이전보다 확인할 포인트가 많다"고 짚었다.
다만 "전 세계 증시가 어느 때보다 엔비디아 실적에 집중한 만큼, 발표 후 시장의 평가와 재해석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주말 전까지 엔비디아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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