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우려' 하루 만에 털어낸 증시…'닷컴버블의 악몽' 떨치나

버블론 재점화에 미국·한국 증시 급락…하루 만에 우려 딛고 반등
"AI, 실체 있고 투자도 초기라 버블과 달라…경제 여건은 주시"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2021.1.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에 크게 흔들렸던 증시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닷컴버블' 악몽까지 거론했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 중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AI 버블을 우려하긴 이르다고 본다. 기대뿐이던 당시와 달리 실적이 뒷받침된 데다, 아직 산업 사이클이 성장 초기 국면에 있다는 진단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2.85% 내린 4004.42로 마감했던 코스피는 이날 0.55% 오른 4026.45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뉴욕 증시도 기술주 밸류에이션 과열 우려를 뒤로 하고 긍정적인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에 힘입어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 거래일 일제히 하락했던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전환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37%, 나스닥 지수는 0.65% 올랐다.

지난 4일(현지시각) AI 버블 붕괴 우려가 부각되며 뉴욕증시가 급락했고, 이튿날 국내 주식도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서 AI 관련 주식의 급등세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며 경고음을 낸 여파다. 당시 인터넷 기반 기업에 대한 투기적 투자로 기술주가 폭등했다가 2000년대 초반 붕괴하며 수조 달러의 가치가 증발한 바 있다.

최근 수 년간 관련주 주가수익비율(PER)이 급등했다는 점이 이러한 우려를 키웠다. 올해 들어 주가가 150% 오른 팔란티어의 12개월 선행 PER은 214배에 달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선행 PER도 23배를 웃돌아 2000년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AI 강세장 밸류에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버블'로 보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I 주도 기업들의 실적과 사업 기반이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제프리즈의 퀀트 전략 책임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익이 없었던 닷컴 버블 당시 S&P500 지수는 5년간 266% 올랐지만, 강력한 AI 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S&P500 지수는 85% 상승에 그쳤다"고 짚었다. 이들은 오히려 S&P500 지수에 9%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닷컴버블과 비교할 때 최근 AI 인프라 투자는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기간과 강도 모두 당시보다 낮다는 설명이다.

그는 2000년대 닷컴버블 당시 미국 명목 GDP 대비 정보처리장비 투자 비중이 약 9년간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0년 4분기 2.9%까지 확대됐다고 짚었다. 반면 현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2023년부터 2년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고, GDP 대비 비중도 1.6%에서 2.0%로 0.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닷컴버블 시기 0.9%포인트 증가 폭의 절반 수준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AI는 과거 40년간 글로벌 IT 산업의 성장 변곡점을 고려할 때 PC(인터넷), 모바일(아이폰) 이후 세번째 산업 혁명으로 판단된다"며 "PC, 모바일 산업의 경우 태동 이후 10~15년간 장기간 고성장을 지속했으나 AI 산업은 2022년 11월 GPT 공개 후 불과 3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1999년 미국은 금리 인상기에 진입한 가운데 정부의 흑자기조 유지로 긴축 정책을 시행해 2025년 현재 미국의 완화된 통화·재정 정책과 상반되고, 1999년 닷컴 업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60배를 기록했지만 2025년 현재 AI 기업의 평균 PER은 30배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계할 필요는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경제 여건이 둔화할 경우 과열 신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 약화를 유발할 수 있는 분야는 미국의 고용시장으로, 해고율이 높아질 경우 실업률이 상승하고 이때 소비가 변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닷컴버블을 초래했던 '벤더 파이낸싱' 방식이 AI 기업들에 만연한 점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