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주역' 13조 산 외국인 말고 더 있다…기관 뒤 '개미들'[4000시대]
9~10월 최고가 경신 랠리로 27% 상승…외국인 13조원 순매수
개인 ETF 자금 포함된 '금융투자' 순매수 7조…"추가 유입 가능"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코스피가 최근 두 달 새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며 '사천피'(코스피 4000)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랠리의 주역으로 외국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4년 전 '동학개미 운동'을 주도했던 개인이 이번엔 기관 뒤에서 강세장에 힘을 보탰단 해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는 2399.49에서 4029.95로 1630.46포인트(67.95%) 올랐다.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이 9~10월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186.01에서 4042.83으로 26.89% 상승했다.
지난 9~10월 '최고가 랠리'를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국인은 두 달 동안 코스피 주식 13조 336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대거 매수에 나선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업황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기대가 있었다. 이에 한국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주들이 크게 오를 것에 베팅한 것이다.
반도체 사이클 확장과 풍부한 유동성, 이재명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방침이 맞물렸고, 외국인들은 달러·원 환율이 1430원 안팎까지 치솟은 원화 약세 국면에서도 순매수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은 19조 3421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5년 만에 전고점을 경신하며 '10만전자'를 달성하고, SK하이닉스가 54만 원대까지 오르자 개인들이 '팔자'에 나선 것이다.
다만 개인이 마냥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 투자자 범주 안에 포함된 '금융투자' 항목에 지수상장펀드(ETF)를 통해 개인 자금이 상당 부분 담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에는 금융투자·보험·투자신탁·사모·은행·연기금 등이 포함된다.
금융투자에는 증권사가 자기자금으로 운용하는 이른바 '프랍(Prop) 트레이딩'이 포함된다. 다만 프랍 매매는 대부분 차익거래 성격으로, 매년 순매수 규모가 '0'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수급의 실질적 주체는 개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금융투자의 경우) 기관이 많이 산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게 다 차익 거래나 ETF와 관련된 매수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개인들이 특정 종목을 매수하는 것보다 지수나 테마를 추종하는 ETF 위주의 투자를 선호하는 추세가 반영돼 금융투자 수급도 개인 수급의 범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9~10월 기관 순매수는 4조 9158억 원이었는데, 그중 금융투자 순매수는 7조 2073억 원으로 가장 컸다. 외국인 순매수액 절반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순자산 총합도 지난 9월 1일 230조 1047억 원에서 이달 24일 269조 485억 원으로 약 40조 원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로 수급이 더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자도 반도체 위주로 플레이를 했지만, 롱펀드들이 한국 시장 비중을 충분히 늘리지 않았다"며 "고객 예탁금을 봐도 대기 수요들은 아직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환경에 통화 가치 하락을 헤지하려는 수요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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