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께 자사주 할인 매각한 엘엠에스…주주충실의무 '실종'

[자사주 쌓아둔 中企]⑥엘엠에스, 자사주 절반 최대주주 회사로
9465원에 산 자사주, 6140원에 매각…소액주주만 '찬밥'

편집자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

엘엠에스 회사 전경(엘엠에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LCD 부품 제조회사 엘엠에스(073110)가 지난 15일 보유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창강화학과 나노머티리얼즈에 처분한 가운데 엘엠에스의 최대 주주인 나우주 회장이 창강화학과 나노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인 것으로 나타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엘엠에스는 자사주를 팔아 현금을 확보했고, 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회사에 엘엠에스 주식을 넘기면서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높였다. 그 결과 나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엘엠에스 보유 지분율은 33.13%에서 50.04%로 증가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1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 7월 22일부터 시행됐지만 엘엠에스의 이번 결정은 이와 대비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엘엠에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5일 자사주 149만 주를 창강화학과 나노머티리얼즈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하는 149만 주는 엘엠에스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311만 1127주의 47.9% 규모다.

엘엠에스가 밝힌 자사주 처분 목적은 '기업 운영 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엘엠에스는 창강화학과 나노머티리얼즈에 각각 105만 주, 44만 주를 처분했다. 1주당 가격은 처분일 하루 전인 15일 종가 6140원으로 총 91억 4800만 원 규모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자사주 넘긴 엘엠에스,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증가

자사주 처분 전 엘엠에스의 자사주 보유율은 34.97%로 상장 중소·중견기업(금융회사 제외) 중 상위 6번째 기업이었다. 자사주 처분 이후 이는 18.22%로 감소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회사의 자사주 처분으로 최대 주주인 나 회장의 영향력이 되려 높아졌다는 데 있다.

나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창강화학과 나노머티리얼즈의 지분을 각각 35%, 100%씩 보유한 최대 주주다. 나 회장은 두 회사의 대표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나 회장은 엘엠에스의 최대 주주이자 엘엠에스 지분을 확보한 창강화학, 나노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로서 엘엠에스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의결권이 없어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던 자사주가 최대 주주의 또 다른 회사로 대거 이동하면서 최대 주주의 우호 지분이 더 늘어나게 된 셈이다.

실제로 엘엠에스의 자사주 처분 직후 나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3.13%에서 50.04%로 증가했다.

현재 엘엠에스의 주요 주주는 △나우주 22.74% △창강화학 21.74% △나노머티리얼즈 4.95% △김영일(전무) 0.38% △조성민(대표이사) 0.22% 등으로 모두 최대 주주의 특수 관계인이다.

엘엠에스는 창강화학과 나노머티리얼즈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자기주식 처분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 및 지속적인 사업 협력 관계를 고려한 선정"이라고 밝혔다. 창강화학은 고굴절 광학소재, 나노머티리얼즈는 도매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경영 악화하는 엘엠에스…"자사주 처분 불가피했다"

엘엠에스는 악화하는 경영 상황 탓에 자사주 처분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상장한 엘엠에스는 2019년까지 꾸준한 매출 성장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20년 접어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대 최대 매출이었던 1632억 원(2019년)은 1년 만에 1197억 원(2020년)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은 125억 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악화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 한 차례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1년, 2023년, 2024년 모두 수십억 원 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3년부터 꾸준히 10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던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7% 감소한 677억 원을 기록하며 200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기업의 '돈주머니'인 이익잉여금은 892억 원(2022년)→750억 원(2023년)→693억 원(2024년)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603억 원으로 더 줄어들었다.

엘엠에스 관계자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회사가 몇 년째 적자를 기록하면서 반전을 도모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고민했으나 대출 이자가 부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매입했던 자사주보다 저렴하게 처분해 회사로서는 손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엘엠에스가 사들인 자사주의 평균 가격을 계산하면 1주당 9465원 수준으로 이번에 처분한 6140원보다 높다.

하지만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이 자사주는 다시 최대 주주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사용됐기에 손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주주 충실 의무 강화됐는데…소액주주만 찬밥 신세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면 유상증자라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주를 처분했다는 것 역시 비판 지점이다.

더욱이 엘엠에스는 자사주 보유율이 높아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대상의 사정권에 있던 기업이다.

특히 지난 7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소액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 소액주주는 외면당했다.

이에 대해 엘엠에스 관계자는 "(최대 주주가 보유한 회사와의 주식 거래를) 외부에서 볼 때 문제로 볼 것 같아 법적 검토를 진행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소액주주의 불만 연락이 올 때마다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행위가 소액주주에게 해악을 끼친 행위라고 일침을 가한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는 회사의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팔고 해서는 안 된다"며 "총주주를 위해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상법 개정안과 충돌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 회계사도 "보통 백기사 전략은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우호 세력에게 자사주 등을 매도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인데 특수관계기업에 자사주를 매도해 대주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드문 경우"라며 "회사의 자금 사정을 고려하면 단기 차입이나 증자의 방법도 있기 때문에 소각 대신 자사주를 매도한 것은 주주 환원 정책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엘엠에스는 1999년 2월 설립된 회사다. 2007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주요 제품은 LCD 백라이트 유닛의 핵심 부품인 '프리즘시트' 등으로 전체 매출의 90.5%를 차지하고 있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