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개장도 가능"…위기의 KRX, 거래시간 연장안 의견수렴 착수

점유율 30% 빼앗긴 한국거래소…회원사에 의견 요청 공문
'8 to 8' 운영 세부안·호가방식 등 제시…노조 반대는 과제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희 문혜원 신건웅 기자 =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TX)가 지난 3월 출범하면서,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한국거래소(KRX)의 독점 체제가 깨졌다. 줄어드는 입지 속에 한국거래소는 거래시장 연장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넥스트레이드가 선보인 '8 to 8' 시스템은 물론, 오전 7시 개장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회원사 의견을 수렴 중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KRX 거래 시장 연장 관련 의견 수렴' 공문을 발송했다. 회신 기한은 이날 오전 11시까지다.

제시된 연장안 중 하나는 정규장을 오전 9시에서 8시로 한 시간 앞당겨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하고, 오후 3시 4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도입하는 식이다. 또 다른 방안은 △프리마켓(오전 8시~8시 30분) △시가단일가(오전 8시 30분~오전 9시)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애프터마켓(오후 3시 40분~8시)으로 더 세분화했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공문을 통해 "회원사 의견에 따라 오전 7시, 오전 7시 50분으로 (개장시간) 변경도 가능하다"며 광범위하게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호가 방식에 대한 의견도 받기로 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정규장을 운영하며, 정규장 마감 후인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시간 외 단일가 매매를 통해 제한적인 거래만 허용하고 있다.

거래시간 연장 전에 회원사 의견을 수렴한 것은 변경 과정에서 IT 시스템과 지점 인력 운용 등 광범위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우려를 고려해 혼선을 줄이고 시행 시점을 합리적으로 정하기 위한 취지다.

회원사들이 넥스트레이드 출범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한층 경쟁력 있는 대안을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국거래소 입지는 줄고 있다. 위기감은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7월 1~29일 기준 전체 주식거래대금 558조 3981억 원 중 한국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67.4%(376조 3602억 원)로 줄었다. 넥스트레이드 거래대금은 182조 379억 원으로 전체의 30%를 넘었다.

거래시간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24시간 거래를 추진 중이며 영국·스위스·인도네시아 등 자국 시장 이탈을 막기 위해 거래시간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시간 연장을 둘러싼 일부 임직원 반발과 업계 우려를 수습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은 지난 22일부터 거래소 서울사무소에 근조 현수막을 걸고 "협의 없는 독단적 거래 시간 연장에 증권업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운명했다"고 썼다. 업계에서도 시스템 변경 부담과 인건비 증가 우려를 내놓고 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