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관 영향력 약해 '주주권 행사' 아쉬워…역할 확대해야"

김학균 신영證 리서치센터장 "기관 비중 3% 불과…의결권 행사 어려워"
"실질 변화 이끌기 위해선 주주 '방법론' 중요"…민주당 세미나서 제언

경제는민주당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오기형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 강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7.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강력한 주주권 행사를 위해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할 일'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주식 비중은 전체의 3%도 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리 잡지 못했던 것도 결국 이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상 한국에서 의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기관은 국민연금밖에 없는데, '연기금 사회주의'라는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어 세세한 사안마다 시시콜콜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주식 투자 인구가 1400만 명으로 늘어난 것도 좋지만, 모든 국민이 주가만 신경 쓰는 것은 에너지 낭비"라며 "우리나라에선 개인 투자자 역할을 대행할 수 있는 기관 투자자들 영향력이 너무 약한 점이 주주권 행사의 굉장한 핸디캡"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아베 전 총리가 경제단체연합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2014년 미국의 유명 행동주의 펀드인 서드포인트의 대표 댄 로브와 만났다. 이를 통해 시장에 주주의 중요성을 알렸다.

일본에서 스스로 상장 폐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단 사실도 전했다. 그는 "주주들이 드세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니까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할 계획이 없고 상장 필요가 없다면 빠져나가고 있다"며 "바람직하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최근 10년간 일본에서 자본시장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에선 경영자 인수(MBO·Management buy out) 방식으로 스스로 상장폐지를 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김 센터장 설명이다. 이는 상장사 경영진들이 회사 자산 담보로 대출을 받아 소액 주주들의 지분을 전부 사서 상장 폐지하는 방식이다.

일본에 생기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C레벨 임원직인 스테이크 홀더 인게이지먼트 오피서(Stakeholder Engagement Officer, CSEO)도 소개했다. 기업과 주주(소액·기관), 투자자,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 간의 소통을 전담하는 역할이다.

김 센터장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을 무척 긍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결국 주주가 이뤄야 한다"며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목표'라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전자주총이나 독립 이사, 3%룰 같은 소액 주주 의견 개진을 위한 방법론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 센터장은 개정된 상법이 효과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초기 판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간 법원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이익이 충돌할 때 대체로 지배주주 손을 들어줬는데,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생긴 이후 판례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중요하게 봐야 한단 것이다.

'장기 투자'에 초점을 둔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고 봤다. 배당 분리과세뿐만 아니라 펀드에 장기 투자할 때 비과세 혜택을 줘 주주 자본주의에 내재한 단기주의 편향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제언이다. 또 전 정부에서 시작한 밸류업 정책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그대로 유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