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비판에 1% 달성 반년도 안됐는데…예탁금 이용료율 또 낮아지나
KB증권, 금리 인하 앞두고 이용료율 0.04%p 내려…인하 '신호탄'
증권가, '이자장사' 비판에 찔끔 올렸지만 은행금리 절반도 안 돼…평균 1.08%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자 장사' 비판에 증권사들이 부랴부랴 올렸던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이 다시 낮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10대 증권사 평균 이용료율 1%대 달성이 반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일부 증권사에서 요율 인하 신호탄을 쏘면서다. KB증권이 2분기부터 요율 인하를 결정한 가운데 다른 증권사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8일 KB증권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원화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을 1.06%에서 1.02%로 0.04%p 내린다. 평균잔고(평잔) 100만원 미만은 0.05%로 동일하다. 평잔 800달러 이상 거주자 외화 예탁금 이용료율(통화 USD)은 0.73%에서 0.67%로 0.06%p로 인하한다. 올해 초 1.03%에서 1.06%로 상향한지 3개월도 안 돼 종전 대비 0.01%p 낮은 요율로 조정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는 자금으로, 자본시장법상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신탁·예치된다. 증권금융은 예탁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을 분기별로 증권사에 돌려주고, 증권사는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나눠줬다. 일종의 이자 개념이다. 통상 시장금리를 반영해 산정된다.
제로(0)금리 시절 0.1% 수준까지 내렸던 이용료율은 금리가 인상되면서 소폭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 속도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지난 2022년 3월 말 기준 5대 은행 정기예금(12개월) 금리는 연 3.40~3.55%였지만, 국내 10대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평균은 0.52%에 불과했다. 당시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이 1.05%, 1.03%로 인상해 이용료율 1%대를 넘겼고 키움·하나증권은 요율 인상에도 0.25%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극적인 인상 속도에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고객 돈을 빌려 쓰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0곳이 2019~2022년 예탁금으로 올린 수익은 2조4670억원이었는데, 그 중 투자자에게 지급한 이자는 전체 이익의 약 24.18%에 그쳤다.
결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산정 모범 기준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운용 수익률과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격차를 공시하도록 증권사 의무를 강화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부터 부랴부랴 인상에 나섰다. 예탁금 규모가 가장 컸던 키움증권은 0.25%의 낮은 이용료율을 1.05%로 대폭 인상했고, 하나증권도 0.35%에서 1.05%로 상향했다. 삼성증권은 0.4%에서 1.0%로 올렸다. 당시 KB증권도 0.03% 올린 1.06%를 적용하기로 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100만원 이하 평잔에 대해 2%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3월 기준 평균 요율은 1.08%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3% 중반대인 은행 금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이용료율을 찔끔 올렸던 증권사들이 1분기 만에 인하 눈치싸움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금융은 정기예금·단기금융펀드(MMF) 등으로 투자자 예탁금을 운용하고, 수익률은 시장금리에 연동된다. 올해 중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니 증권사들이 이를 구실로 요율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부분 증권사는 당분간 이용료율 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금리 인하가 실제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불과 몇 개월 전에 요율을 조정한 상황이라 당장 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탁금을 통해 내는 수익이 꽤 크기 때문에 환경만 조성되면 요율 인하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타 증권사 동향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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