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환사채, 대주주 사익추구에 악용되면 안 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 주재
발행·유통 공시 강화하고 리픽싱 합리화…불공정거래 점검·제재 강화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 19층 대회의실에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주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전환사채는 투자 매력을 높이는 콜옵션, 리픽싱 조건과 결합돼 중소·벤처기업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에서는 이러한 전환사채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환사채에 부여된 투자 유인 조건인 콜옵션(매도청구권)과 전환가액 조정(refixing·리픽싱)이 대주주가 헐값에 지분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콜옵션을 걸어 놓은 전환사채를 대거 발행한 뒤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최대주주는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는 리픽싱 조건을 활용해 싼 값에 많은 주식을 얻는 식이다.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 자금으로 무자본 M&A를 진행한 뒤, 주가 조작으로 '개미 털어먹기'를 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2월 최대 주주의 콜옵션 행사 한도를 발행 당시 지분율 이내로 제한하고, 사모 전환사채에 대해 주가 상승 시 전환가액 상향조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해서도 전환사채에 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콜옵션·리픽싱 부여 비중은 최근 들어 다시 상승했다. 리픽싱 비중은 2022년 2분기 58.7%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2분기 78.9%, 3분기 81.8%로 증가세다. 콜옵션 비중 또한 지난해 1분기 45.3%에서 2분기 69.1%, 3분기 63.3%로 증가했다.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사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 발행·유통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 △임의적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콜옵션·리픽싱 조건을 활용한 불공정 거래 악용 등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대부분 사모형태로 발행되는 전환사채의 특성상 전환권 행사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시장에 적시에,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의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환가액 조정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해져야 하나 일부의 경우 모호한 규정 등을 이용해 임의로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사례가 있어 일반 주주의 지분가치가 과도하게 희석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콜옵션, 리픽싱과 같이 전환사채에 부여된 조건을 활용해 불공정거래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러한 조건들이 자기자금 없이 CB 발행자금 등 차입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무자본 M&A나 시세조종과 같은 행위와 결합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 CB 발행 및 유통공시 강화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합리화 △CB시장 불공정 거래 점검 및 제재 강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김 부위원장은 "발행과 유통과 관련된 공시의무를 강화해 시장에 충분한 정보가 적시에 제공될 수 있게 하겠다"며 "콜옵션 행사자,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 처리 계획과 같이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에 대한 이익 제공 목적으로 임의로 전환가액을 조정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문제를 적극 개선할 것"이라며 "전환가액이 시가를 적절히 반영하도록 산정기준 및 조정방법을 구체화하고, 증자나 배당 등 자본 변동 시엔 주식의 실제 가치 변동을 정확히 반영해 전환가액이 조정되도록 규정을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강화하고, 적발된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며 "적발된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엄중히 제재하는 한편, 향후에도 관계기관의 조사역량을 집중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많은 전문가가 콜옵션‧리픽싱과 같은 부가 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전환사채 시장이 미국, EU와 같은 선진시장과는 사뭇 다르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의 성향과,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기업의 수요가 결합해 다소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성장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라며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한 제도개선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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