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더기 하한가" 한 달여 만에 재현된 사태…같은 점 vs 다른 점

시장 관심 낮아 적은 거래량으로 큰 변동성…최근 주가 급등도 공통점
매도창구, SG증권 아닌 국내 다수 증권사 차이…'빚투' 후폭풍 가능성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난 4월24일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 2개월여 만에 '하한가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증시에 또다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특히 지난 하한가 사태와 여러모로 유사한 형태의 무더기 하한가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4월 하한가 사태는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경우다. 반면 이번 하한가 사태는 아직 당국의 공식적인 원인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인터넷 투자카페 운영자 강모씨가 '대출중단에 따른 반대매매'를 호소하는 정도가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두 사건은 다수의 상장 종목이 일시에 하한가를 맞은 현상 자체는 유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도 존재한다.

15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전날 하한가를 맞았던 대한방직 등 5개 종목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취했다. 전날 해당 종목은 하한가에 대량 매물이 체결되지 않은 채 잔량으로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날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또다시 하한가를 맞거나 하한가 수준의 급락을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24일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해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의 특성과 닮았다는 이유로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해당 종목들은 유동주식수가 적고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아 적은 거래량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특성이 있었다.

대한방직의 경우 하한가 잔량에 18만9818주가 쌓인 채 거래가 체결되지 않고 장을 마쳤다. 동일산업은 6만4797주, 만호제강은 1만9276주, 방림은 127만2898주, 동일금속은 18만6586주가 잔량으로 남았다.

방림의 유통주식 수는 전체의 47.17%, 동일산업 43.55%, 대한방직 42.21%, 동일금속은 34.29%로 유통물량이 적다. 그나마 만호제강(54.41%)이 50%를 넘는 수준이다. 4월 사태 당시에도 다올투자증권(71.75%)의 유통가능 비율을 제외하면 다른 7개 종목은 24~49% 정도였다.

특히 이들 종목은 최근 1년 새 급격한 주가 상승이 있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대한방직과 동일산업은 1년 전인 지난해 6월 대비 각각 20%, 51% 오르는 수준이었지만 만호제강(227%), 방림(178%), 동일금속(105%) 등은 1년새 주가가 폭등했다.

다만 당시에는 외국계증권사인 SG증권이 매도 창구 상위에 올라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만호제강, 동일금속의 경우 키움증권, 방림과 동일산업, 대한방직은 각각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의 매도 물량이 많았다.

또한 CFD 계좌와 연관된 폭락이 아닌 '빚투'에 의한 후폭풍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에 연루된 네이버 투자카페 운영자인 강모씨도 해당 주장을 펼치고 있다. 4월 사태 이후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과 신용매수 중단 등 제한이 거세지면서 발생한 상황이란 주장이다.

강씨는 전날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증권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연장하지 않으면서 관련 주식을 팔게 된 것"이라며 "주주행동주의 차원에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종목들을 사오고, 얘기해왔지만 매수자금보다 일시적으로 매물이 많아지며 수급이 무너져 생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도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글을 올리고 "어제 하락이 하한가 사태 이후 소형주에 대한 무차별적 대출제한과 만기연장조차 해주지 않는 증권사들의 만행에 의해 촉발됐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그로 인해 보유하고 싶어도 팔 수밖에 없게 된 분들의 물량이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는데 큰 부상을 당한 후 평소 제가 하던 새로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핸디캡이 생겼다"고 밝혔다.

앞서 KB증권은 만호제강을 제외한 4개 종목에 대해 지난해 12월19일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지정했고, 만호제강도 지난달 3일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바꿨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4월말 '무더기 하한가 사태' 발생 이후 5개 종목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중순, 한국투자증권은 대한방직을 제외한 4개 종목을 4월말, 대한방직은 지난달 17일부터 신용제한에 나섰다.

다올투자증권과 대신증권도 이미 관련 종목에 대해 신용거래를 제한했고,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도 관련 조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강씨의 행위가 주가조작 등과 연관된 것이란 의혹도 나온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은 강씨가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추천하거나 언급한 종목들과 일치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가 주가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점도 이런 의혹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하지만 강씨는 "이 땅에 제대로 된 주주행동주의를 통한 성공사례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러한 제 꿈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헌신해 주신 분들이 마치 주가조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는 모욕적인 루머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하루도 안 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등 빠른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 5개 기업은 모두 "확인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검찰도 강씨에 대한 조사를 위해 조치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강씨 등 관련자를 최근 출국금지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의 시세조종 혐의 등을 파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전체회의에서 '제 2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문제가 된 대한방직 등 5개 종목에 대해 "이전부터 (이상동향을)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신속하게 수사와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건과 관련해 금융위, 금감원뿐만 아니라 검찰과 한국거래소도 같이 조사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국민들께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