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시총은 어떻게 1000배가 뛰었나[손엄지의 주식살롱]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공모가 대비 각각 6277%·1645% 올라
에코프로 그룹 시가총액 43조원 수준…네이버·셀트리온 넘었다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에코거지'란 말 들어보셨나요? 과거 주식과 코인이 불장일 때 돈을 많이 벌지 못한 이들이 본인을 '벼락거지'라고 자조한 단어에서 유래됐습니다. 에코프로를 사지 않은 것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상대적으로 거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에코프로를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 주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에코프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현상입니다.
여러분들도 "연초에 에코프로 1억원만 샀으면 지금 얼마야?"하는 상상 한 번쯤은 해보셨죠? 에코프로는 언제부터 이렇게 핫한 주식이 됐을까요?
에코프로는 지난 2007년 7월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당시 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사업과 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네요. 2006년 영업이익은 38억52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주당 9000원에 상장했고, 예상 시가총액은 432억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긍정적인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쳐 상장 당일에는 1만600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1만84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현재 에코프로 주가는 57만4000원입니다. 시가총액은 15조2843억원이고요. 공모가와 비교하면 무려 6277.8% 올랐고, 올해만 457.3% 오른 핫한 종목입니다. 올해 에코프로의 영업이익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019년 에코프로로부터 물적분할되어 나온 회사입니다.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죠?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떼어져 나온 것처럼 회사가 투자금이 필요하고, 핵심 사업에 더 집중하고 싶을 때 물적분할로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신설된 자회사를 상장시켜 자금을 확보하고요. 그래서 에코프로가 모회사, 에코프로비엠이 자회사의 형태를 갖추게 됐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의 공모가는 4만80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에코프로와 마찬가지로 희망 공모가(3만7500원~4만2900원)의 상단에서 결정될 정도로 투자자의 관심이 컸던 기업입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원에 못 미치는 9528억원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상장 직전 2018년 영업이익은 502억원을 기록했네요.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27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시총은 26조6509억원입니다. 공모가보다 1645.0% 올랐고, 올해 들어 195.9% 상승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했기 때문에 수정주가를 반영해 계산했습니다. 증권업계는 올해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을 55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 그룹주는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의 기대감이 커질 무렵이죠. 이때부터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선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에코프로는 양극재 시장에서 우월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원가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이자,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원계 양극재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활용한 하이니켈 양극재 사업을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시작한 곳입니다. 그만큼 기술력과 생산력에서 강점이 있죠. 삼원계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80% 이상으로 고부가 가치를 지니는데요.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기차 주행거리와 에너지 밀도가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하이니켈은 국내 3대 배터리 제조사 중 하나인 삼성SDI가 집중하고 있는 소재입니다.
에코프로 주가 상승에 '밧데리(배터리) 아저씨'를 빼놓을 수 없죠. 이차전지 기업 금양의 홍보 이사인 이 밧데리 아저씨는 지난해부터 에코프로가 10배는 간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가 유튜브에서 추천한 이차전지 8개 종목(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LG화학·포스코퓨처엠·나노신소재·포스코홀딩스)이 급등하자 개미들은 더 큰 지지를 보냈습니다.
밧데리 아저씨가 꼽은 에코프로의 강점 또한 압도적인 기술력입니다.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이고,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인데, 기술 장벽이 높은 양극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자산운용사의 '공매도' 물량도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됐습니다. 과거 미국에서 벌어진 '게임스톱'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매수세로 주가가 계속 올라가자, 쇼트 포지션을 취했던 헤지펀드가 공매도 물량을 상환하면서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야했고, 이른바 '쇼트 스퀴즈'가 발생한 것입니다. ("공매도, 못한다면 이용하자"…공매도 지표 활용법[손엄지의 주식살롱])
현재 에코프로 3형제의 시총합은 43조원에 달합니다. 한화, 두산, 롯데는 물론 네이버(시가총액 약 31조원)와 셀트리온 그룹(약 37조원)도 뛰어넘었습니다. 경쟁자는 카카오 그룹(약 48조원) 정도네요.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셀트리온처럼 코스피로 이전상장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하지만 아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에코프로가 현재 내부자 거래 관련해서 수사받고 있거든요. 지난 2022년 1월에도 에코프로비엠 임직원들이 내부거래를 하다가 1심에서 유죄가 나온 바 있어, 이번에는 꽤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과거 임직원들이 내부거래를 했던 주가는 주당 1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지금의 주가를 생각해보면 괜히 그들은 내부 정보 때문에 유죄만 받고 손해를 본 게 아닐까 싶네요. 본인의 회사를 믿고 꾸준히 주식을 보유해왔다면 최소 4배를 먹었을 텐데 말입니다.
에코프로 그룹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일각에서는 2021년 불었던 바이오 광풍과 비교합니다. 셀트리온은 좋은 기업임에는 분명하지만 주가가 과열된 측면도 있었거든요. 셀트리온 그룹주의 시총이 한때 9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에코프로의 또 다른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이 가시화될지 여부도 확인되어야 합니다.
에코프로는 올해 자산 총계 5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대기업 집단이 되면 더 많은 감시와 규제를 받게 되는데요. 에코프로 그룹의 진짜 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에코거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도 조금만 냉정하게 지켜보는 게 어떨까요.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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